▲ 정병산 대전지검천안지청 수사과장 |
노 교수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폭언·폭행 등 부모로부터 직접적인 학대에 시달리고, 부부 불화 등 엉망인 집안 분위기속에 청소년은 미래에 대한 꿈을 꾸기 어렵다. 결국 자기 삶에 대한 존재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희망이 없음을 절망해 자기 행동을 자제하지 못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무수히 보게된다.
얼마 전 천안교육지원청에서 전국에서 처음 운영하는 Wee센터를 다녀왔다. Wee센터는 학생들의 심리 발달적 문제에 대해 단위학교를 중심으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전문인력에 의한 진단-상담-치료의 원스톱 모형이다. 이는 가정, 학교, 교육지원청, 지역사회가 연계된 다중지원종합시스템으로 부적응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안전하고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방식의 생활지도 전략이라고 한다.
Wee센터 방문은 결손가정의 자녀들을 상담하여 바른 길로 지도하고 인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로 필자도 지역사회단체의 공공기관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방문하기 전 잠시 유년시절을 회상하게 되었다. 결손가정의 기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나 스스로가 결손가정에서 유년기를 보낸게 아니었던가 고민했다. 나는 편부, 편모의 가정은 아니지만 극빈 가정에서 자랐다. 그런데 가난은 상대적으로 탈선의 계기나 조건이 아니었다. 오히려 부잣집에서 자랐지만 부모에게 간접적인 학대와 냉대를 받은 청소년들의 방황하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많다.
결손이란 '축이 난다', '계산상의 손실이 난다'는 사전적 의미로 정상적인 가정과 비교할 때 무엇인가 빠져있거나 부족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정상적인 가정의 학생보다는 탈선의 유혹이 많은 환경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에 빠져들기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앞에서 소개한 노 교수의 주장처럼 학생들의 지도에 앞서 부모들의 지도가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가장 올바른 지도는 제발 가정을 지키라는 것이다. 기왕에 결혼했다면 싸우지 말고 이혼하지 말고 웃으며 살아 가라는 얘기다. 정신적으로 미숙한 아이들 앞에서 싸움을 보이는 것 만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가정의 부모가 중심을 잡으면 자녀 문제는 상당부분 저절로 해결되리라 믿는다. 부모와 자식간에 가장 중요한 교육은 아이들 앞에서 화목을 보여 줌으로써 비행으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해주게된다.
Wee센터에서는 학생 상담을 할 때 아이의 행동과 심리상태에 따라 예방, 코칭, 치유라는 세 단계 방법으로 개입한다. 공부 스트레스나 빈곤, 부모갈등이 존재할 때 예방 개입이 필요하며 게임중독, 행동장애, 왕따, 정서불안이 이뤄지면 코칭 개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극단적 행위가 나타나는 치유단계에 앞서 학부모 상담과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방과 코칭 단계에서 부모 상담의 성과가 나타나면 문제아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지적이다.
청소년 문제는 우리 어른들의 문제이며 어른들이 바른 생활에서 그 해결대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어깨를 바라보며 자라난다고 하지 않던가. 그날 Wee센터에서 내가 맡았던 고교 남녀 1년생들은 이런 저런 대화속에 엄마 아빠라는 말에도 해맑은 눈가를 적셨다. 엄마 아빠가 무책임하게 외면한 이 안타까운 아이들을 무엇으로 달래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지도하고 인도해 줄 수 있나.
많은 고민을 해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나 대안들이 떠오르지 않아 상담하러 갔던 내가 오히려 눈시울만 적시고 온 것 같아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미안할 뿐이었다. Wee센터 선생님들의 아이들에 대한 열정을 보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아무쪼록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다른 정상적인 아이들과 전혀 차별 없이 함께 자라날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심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요, 우리의 희망이요, 우리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하고 제일 먼저 엄마를 찾던 기억이 더욱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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