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장학회 장한 어버이 시상 눈길
미풍양속 무너지는 이때 '등불'로
▲ 안영진 전 중도일보 주필 |
애인에게 장미꽃을 꺾어 주려다 가시에 찔려 화농된 채 죽어간 '릴케'.
그래서 그를 장미의 시인이라 부른다. 5월은 또 신록의 철로 누구나 녹음예찬을 서슴지 않는다. 귀재 이상(李箱)은 이 녹음에 대해 볼멘소리를 했다. 녹음이란 '조물주의 몰취미'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이기죽댔다.
이에 반해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이효석(李孝石)은 이런 말을 했다. “숲 속에 들어가 나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 몸속에도 송진(수액)이 흐르는 것 같다.” 어떻든 현대인은 과학과 경제에 몰두, 자연과 정서와는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인본(人本)의 샘은 그래서 메말라가고 정서와도 거리를 두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오늘날 도시는 시멘트 문화로 변해가고 자연 공간은 사막을 닮아가고 있다. 이런 판에 계룡장학회 이인구 이사장은 유성구청 인근 6만6000㎡(2만평) 터전에 100억원을 들여 공원을 조성, 대전시에 기부한 바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공원이다. 거기엔 적송, 흑송, 금송 등 수백종류의 수목과 꽃나무를 심어놓고 호수와 정자, 풍차까지 갖춰놓았다. 거기서 백조도 평화로이 노닌다. 또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까지 설치해 놓았다. 여기서 2년째 어린이 백일장과 그림그리기 행사를 펼친 것이다.
올해도 3000여명이 운집한 큰 잔치였다. 올해로 2회째 맞는 글짓기, 그리기를 유림공원에서 실시한 바 있고 장원 및 입선자는 지난 5일 시상을 했다. 아직은 어린 꿈나무들이다. 이인구 이사장은 이중에서 훗날 '노벨문학상' 수상자와 한국판 '피카소'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룡장학회가 5월에 펼친 잔치는 또 있다. 경로, 효친, 효부, 장한 어버이 시상이 그것이다. 상금도 전국 선두일 뿐만 아니라 미풍양속을 되찾자는 정신이 담겨져 있다. 현대인은 경제와 동맹을 맺고 편의주의로 치닫다보니 우리 것과 인본(人本)이 퇴조하는 시류 앞에 이상이 지니는 뜻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6회째를 맞는 효친대상에선 그 어느 해보다 소중한 인물들을 발굴해냈다. 필리핀 출신 마리아 지스민 시몬티네스 여인. 그녀는 시부모의 공양은 물론 친가까지 챙기며 17년 간 일편단심 가정을 꾸려온 공로를 인정받아 최고상을 받았다. 다문화 가족의 실패가 줄을 잇는 요즘 이 여인은 돋보이는 그런 존재라 할 수 있다.
고전적인 의미에서 국가구성의 3대 요소를 든다면 '주권·영토·언어'라고 규정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일찍이 코스모폴리탄을 외치며 20세기 초부터 혼성, 혼혈을 인정해왔고 동양에서는 일본이 사해일가(四海一家)를 표방한 바 있었다.
그것을 우리는 다문화가족이라는 형태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효의 개념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이미 오래전 일이다. 지난 세기 실존주의 기수 카뮈는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을 이렇게 그리고 있었다. 주인공 '뫼르소'는 '모친사망'이라는 전보를 받고도 통 슬픈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은 늙으면 죽기 마련이고 자신의 회사월급만으론 모친을 봉양할 길이 없어 양로원에 보냈노라고…. 그리고 그는 영구차에 타질 않고 장지로 직행하는 코스를 택한다. 그렇게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오후엔 애인을 불러내어 해수욕장에서 정사를 즐긴다.
그 당시(1950년대) 우리는 뫼르소에 대해 야만인 쯤으로 봐 넘긴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그 풍조는 '쓰나미(津波)'처럼 이 땅에 상륙, 종횡무진 휩쓸고 있다. 그래서 내 것, 전통적인 것, 인본(人本)이 아쉽고 정서가 그리워 지는 계절이다.
효부대상에는 김민순 주부, 경로대상은 보령의 최관수 씨, 효자(장려상)에는 전점순 주부가 수상을 했다. 미풍양속이 허물어져가고 인본이 흔들리는 세태 앞에 유림경로대상은 그래서 사회의 길잡이요, 민족의 등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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