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진]5월, 경로·효친·효부 어버이 시상의 의미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안영진]5월, 경로·효친·효부 어버이 시상의 의미

[시론]안영진 전 중도일보 주필

  • 승인 2011-05-11 16:46
  • 신문게재 2011-05-12 21면
  • 안영진 전 중도일보 주필안영진 전 중도일보 주필
5월은 가정의 달이니 '人本의 철'
계룡장학회 장한 어버이 시상 눈길
미풍양속 무너지는 이때 '등불'로

▲ 안영진 전 중도일보 주필
▲ 안영진 전 중도일보 주필
5월을 '장미의 달' 또는 '신록의 철'이라 흔히 말한다. 그런가 하면 5월을 가정의 달이니 인본(人本)의 철이라 부른다. 그 까닭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이 줄서 있기 때문이다.

애인에게 장미꽃을 꺾어 주려다 가시에 찔려 화농된 채 죽어간 '릴케'.

그래서 그를 장미의 시인이라 부른다. 5월은 또 신록의 철로 누구나 녹음예찬을 서슴지 않는다. 귀재 이상(李箱)은 이 녹음에 대해 볼멘소리를 했다. 녹음이란 '조물주의 몰취미'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이기죽댔다.

이에 반해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이효석(李孝石)은 이런 말을 했다. “숲 속에 들어가 나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 몸속에도 송진(수액)이 흐르는 것 같다.” 어떻든 현대인은 과학과 경제에 몰두, 자연과 정서와는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인본(人本)의 샘은 그래서 메말라가고 정서와도 거리를 두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오늘날 도시는 시멘트 문화로 변해가고 자연 공간은 사막을 닮아가고 있다. 이런 판에 계룡장학회 이인구 이사장은 유성구청 인근 6만6000㎡(2만평) 터전에 100억원을 들여 공원을 조성, 대전시에 기부한 바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공원이다. 거기엔 적송, 흑송, 금송 등 수백종류의 수목과 꽃나무를 심어놓고 호수와 정자, 풍차까지 갖춰놓았다. 거기서 백조도 평화로이 노닌다. 또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까지 설치해 놓았다. 여기서 2년째 어린이 백일장과 그림그리기 행사를 펼친 것이다.

올해도 3000여명이 운집한 큰 잔치였다. 올해로 2회째 맞는 글짓기, 그리기를 유림공원에서 실시한 바 있고 장원 및 입선자는 지난 5일 시상을 했다. 아직은 어린 꿈나무들이다. 이인구 이사장은 이중에서 훗날 '노벨문학상' 수상자와 한국판 '피카소'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룡장학회가 5월에 펼친 잔치는 또 있다. 경로, 효친, 효부, 장한 어버이 시상이 그것이다. 상금도 전국 선두일 뿐만 아니라 미풍양속을 되찾자는 정신이 담겨져 있다. 현대인은 경제와 동맹을 맺고 편의주의로 치닫다보니 우리 것과 인본(人本)이 퇴조하는 시류 앞에 이상이 지니는 뜻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6회째를 맞는 효친대상에선 그 어느 해보다 소중한 인물들을 발굴해냈다. 필리핀 출신 마리아 지스민 시몬티네스 여인. 그녀는 시부모의 공양은 물론 친가까지 챙기며 17년 간 일편단심 가정을 꾸려온 공로를 인정받아 최고상을 받았다. 다문화 가족의 실패가 줄을 잇는 요즘 이 여인은 돋보이는 그런 존재라 할 수 있다.

고전적인 의미에서 국가구성의 3대 요소를 든다면 '주권·영토·언어'라고 규정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일찍이 코스모폴리탄을 외치며 20세기 초부터 혼성, 혼혈을 인정해왔고 동양에서는 일본이 사해일가(四海一家)를 표방한 바 있었다.

그것을 우리는 다문화가족이라는 형태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효의 개념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이미 오래전 일이다. 지난 세기 실존주의 기수 카뮈는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을 이렇게 그리고 있었다. 주인공 '뫼르소'는 '모친사망'이라는 전보를 받고도 통 슬픈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은 늙으면 죽기 마련이고 자신의 회사월급만으론 모친을 봉양할 길이 없어 양로원에 보냈노라고…. 그리고 그는 영구차에 타질 않고 장지로 직행하는 코스를 택한다. 그렇게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오후엔 애인을 불러내어 해수욕장에서 정사를 즐긴다.

그 당시(1950년대) 우리는 뫼르소에 대해 야만인 쯤으로 봐 넘긴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그 풍조는 '쓰나미(津波)'처럼 이 땅에 상륙, 종횡무진 휩쓸고 있다. 그래서 내 것, 전통적인 것, 인본(人本)이 아쉽고 정서가 그리워 지는 계절이다.

효부대상에는 김민순 주부, 경로대상은 보령의 최관수 씨, 효자(장려상)에는 전점순 주부가 수상을 했다. 미풍양속이 허물어져가고 인본이 흔들리는 세태 앞에 유림경로대상은 그래서 사회의 길잡이요, 민족의 등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2.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