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교육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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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교육과 경쟁

[목요세평]김원배 목원대 총장

  • 승인 2011-05-11 14:21
  • 신문게재 2011-05-12 20면
  • 김원배 목원대 총장김원배 목원대 총장
즐거움 없고 괴로움뿐인 배움 안돼
지성·인성 두루갖춘 인재 길러내야

▲ 김원배 목원대 총장
▲ 김원배 목원대 총장
2011 세계 피겨선수권 대회에서 우리나라의 김연아 선수가 은메달을 땄다. 일본의 안도 미키가 우승을 하였고, 그의 경쟁자로 거론되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는 메달권에서 한참 처졌다. 아사다 마오에 비하면 훨씬 나은 처지인 것처럼 보이지만 김연아 선수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곳에서 멋지게 한판 스케이트를 지쳤는데 그녀를 울게 한 것은 무엇인가?

스포츠라는 말은 본래 '기분전환'이나 '놀이'를 의미하는 고대 불어의 '디스포르'(disport)란 말에서 유래하였다. 피겨 스케이트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들은 본래 그걸 하는 사람이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하던 놀이였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스포츠는 흥행의 도구가 된 나머지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은 좋을지 모르지만 그걸 하는 사람들은 그 결과가 좋아도 울고 나빠도 울 수밖에 없는 괴로운 것이 되어 버렸다. 그것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니라 경쟁이 되었기 때문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배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어야 하는데 오늘날 우리의 교육현장에는 배우는 즐거움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공자의 어록인 '논어'의 첫 문장은 “배우고 때때로 이를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말로 시작하지 않는가.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은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그저 처음부터 주입해야 하는 부담만 있을 뿐이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 또는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 사이에 오고갈 법한 질문과 답변은 아예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수능과 같은 시험을 통해 자기의 전국 등수가 숫자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치원부터 12년 이상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공부한 것의 결과가 전국 몇 등이라는 결과로 귀착한다는 것, 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제도인가? 상위 1%, 아니 백보를 양보해서 상위 10%는 그래도 자기의 점수에 만족할 수 있다 치자. 나머지 90%는 무엇인가. 사회에 진출하려면 아직 까마득한데 벌써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저 극복의 대상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공부가 무엇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걸 앎으로써 남을 이기기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길들여진 젊은이들에게서 국가는 어떤 협력을 얻어낼 수 있는가? 사회는 경쟁보다는 협력이라는 덕목을 더 필요로 하지 않는가?

대학도 사회가 부과한 경쟁의 피해자인 점에 있어서는 예외가 아니다. 요즘처럼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는 학점이라도 잘 따놔야 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요즘 대학생들은 학점에 매우 신경을 쓴다. 학기말이 되면 교수에게 전화하여 자신의 학점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안달한다. 교양과목 같은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학점 따기 쉬운 것들만 골라 듣는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점이 좋지 않으면 이미 딴 학점을 포기하고 그 과목을 새로 수강한다. 이른 바 학점 세탁을 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기업체에서는 토익이니 텝스니 하는 것들의 점수를 요구한다. 영어를 잘 하는지는 별로 따지지도 않는다. 이런 것들의 점수를 요구할 뿐이다. 학생들로서는 그 점수가 분명한 수치로 나타나는 것들이니 미리미리 공부해서 점수를 올려놓아야 한다. 글로벌 시대이니 어학연수라도 갔다 와야 한다. 교환학생이라도 되면 다행이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땐 자비를 들여서라도 갔다 온다. 미국이나 영국이 여의치 않으면 필리핀이라도 갔다 온다. 대학도 도무지 학문을 즐길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니 대학생들의 지적 수준은 기대 이하일 수밖에 없다. 전공이란 평생을 공부해도 결국 '오리가 헤엄치는 연못'에 지나지 않는다. 천문학을 전공했다 해서 사람들을 만날 적마다 천문학 얘기를 꺼내려 한다면 누가 그를 좋아하겠는가? 교양이 될 만한 것들을 두루 공부해야 비로소 지성인이라 할 수 있는데, 좋은 학점 따기에 바쁜 학생들에게 교양을 아무리 강조해 봐야 쇠귀에 경 읽기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의 이런 상황을 인식한 몇몇 대학이 교양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우리 대학도 교양교육 전반을 쇄신하기 위해 교양교육원을 신설했다. 시류에 영합한, 학점 따기 쉬운 과목들을 과감히 없애고 지성인이 갖추어야 할 것들을 반드시 공부하게 해서 지성과 인간성을 두루 갖춘 인재를 길러낼 참이다.

우리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된다. 각 기관이 인재를 등용할 때 학벌이나 학점순서대로 사람을 뽑지 말고 지성과 인성을 두루 갖추었는지를 따져보기 바란다. 학점은 그저 B학점 이상이면 족할 것이다. 교육적 차원에서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이 경쟁에만 몰두한 나머지 배움의 즐거움과 인간의 본성마저 잃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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