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세상이 되면서 사무자동화기기 발전으로 인한 인쇄업계의 피해가 분명 있다. 전체적으로 인쇄물량은 늘고 있지만 소량다품종이어서 인쇄업계에 도움이 안되고 있다. 인쇄물량이 늘어도 인쇄업계는 더 고단해졌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저가 덤핑 생산방식이라고 구 이사장은 진단한다. “2007년부터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되고 입찰제도로 바뀌었다. 입찰방식에선 자기 업체가 수주할지 못할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시설 확충도 어렵고 인력 확보도 힘들다. 단가가 무너지면서 노마진 사업으로 가다 보니까 일은 해도 수익이 없다. 인쇄업계를 황폐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덤핑경쟁이다.”
구 이사장은 15년 전부터 인쇄는 가격보다 품질로 경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는 '대전충남 인쇄업계 바로세우기운동'을 벌여왔다.
▲ 구자빈 市道인쇄조합 이사장 |
인쇄 환경의 어려움은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일반인쇄의 단가는 서울보다 지방이 싸다. 덤핑경쟁은 서울에서 출발, 대전으로 내려왔고, 지금은 대전보다 대구가 더 싸다. 구 이사장은 덤핑경쟁을 없애는 방안으로 '조합 공동생산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조합의 공동생산방식으로 바꾸면 원·부자재를 공동으로 구입할 수 있어 단가를 낮출 수 있다. 그에 따른 수익은 조합원에 돌아갈 수 있다. 덤핑경쟁에 대한 대안은 그것밖에 없다. 개별 업체 대신 지역별 인쇄조합이 생산 주체가 되어야 한다. 과거의 단체계약은 형식상으로 단체계약이면서 사실은 개인이 수주해서 가져가는 방식이어서 폐단이 있었다. 이런 방식 말고 인쇄조합이 실제로 공동생산 방식으로 가야 한다.”
구 이사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창구 역할을 하는 QR코드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인쇄물의 한계는 영상을 포함할 수 없다는 것이다. QR코드라는 IT기술은 책에서도 동영상을 탑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인쇄물의 한계를 극복해줄 수 있다. QR코드가 사용되면 영상이 첨가되기 때문에 무차별적인 덤핑경쟁도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그래서 QR코드에 대해 여러 면에서 희망을 갖고 있다.”
인쇄 환경이 어렵지만 인쇄인들이 갖는 보람이 있다. 인쇄업은 문화산업이다. 구 이사장은 “어떤 행사에 내가 공급한 인쇄물이 요긴하게 쓰일 때 보람을 느낀다. 특히 기획된 인쇄물에 대해선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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