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파장과 농협 전산 마비, 각종 금융사고 등 제2금융권의 악재가 끊이지 않아 서민들의 불안 심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금리를 인상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서민들이 제1금융권의 장벽을 실감하고 있다.
▲불안한 금융=금융권 불안의 최대 요인은 저축은행 사태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7조원대에 달하는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에다, 영업정지 하루 전 '특혜 인출'에 이르기까지 금융감독원의 비호 아래 오랫동안 이뤄진 범죄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농협은 사상 초유의 전산 마비 사태로, 신협은 국회의원 입법 로비 의혹, 새마을금고는 임·직원들의 각종 비리 등으로 '불안한 금융'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대전·충남지역 저축은행과 농·축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 모두 여신이 큰 폭(평균 1000억원대)으로 감소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신용위험량 비율이 7.14%로, 은행권(2.47%)의 3배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담은 금융안정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새마을금고 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불안 심리가 작용한 건 사실이지만, 빠져나갔던 자금들이 이달부터 다시 유입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벽높은 금융=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수준으로 올렸고, 신용대출 금리도 인상하는 등 벽을 높이고 있다.
은행권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8개월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CD 금리가 지난 6일 현재 3.46%로, 보름 동안 0.06%포인트 올라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CD연동 주택대출 금리는 지난주 초보다 0.04%포인트 오른 연 5.17~6.47%다. 우리은행 금리도 6개월 전보다 0.90%포인트 급등한 4.86~6.20%를 기록했다. 신한은행(5.06~6.46%) 역시 6개월간 0.80%포인트 상승했고, 외환은행은 최고금리가 6.6%를 넘었다.
하지만, 서민들은 치솟는 금리를 따라잡을 수 없는 상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0년 가계금융조사 결과, 최근 6개월간 부채에 대한 이자를 연체한 가구가 13%에 달했다.
부채 원금을 상환하지 못한 가구도 10.3%로 나타났다.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믿고 맡긴 돈은 은행과 감독당국의 검은 커넥션으로 잃었고, 시중은행은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형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물가와 금리는 치솟고 지출도 늘고 있지만, 소득은 오히려 줄어 서민 가계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며 “금융당국과 금융권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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