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섭]농산물에 얽힌 유전자 이야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최영섭]농산물에 얽힌 유전자 이야기

[수요광장]최영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 승인 2011-05-10 13:19
  • 신문게재 2011-05-11 21면
  • 최영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최영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왓슨과 크릭, 이중나선 구조 발견
유전자 재조합 기술 혁명적 변화
변형농산물·생물체 관리 사명감

▲ 최영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 최영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우리는 DNA(디옥시리보핵산)의 구조를 규명하고자 한다. 이 구조는 새로운 특징들을 갖고 있는데, 생물학적으로 의미심장하다.”

이렇게 시작되는 128줄의 짧지만 강력한 논문 한편이 인간 사회에 끼친 영향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분자생물학의 기본적인 신비를 밝혀냈고, 인간 유전체 계획 등 향후 생명과학 혁명의 단초를 마련했다. 1953년 4월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은 유전 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물질인 DNA의 구조가 이중나선형이라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하여 9년 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 하게 된다.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에서부터 시작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농업생명과학 분야에도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데 지금까지 육종학 등을 활용한 품종개량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생물이 탄생하게 되었다. DNA 이중나선 구조가 규명된 1950년대에서 60년대에 이르는 시기는 세계전쟁 이후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식량문제가 대두되던 때로 DNA 재조합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생물(작물)은 윤리적 종교적 신념에 따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로 작용하게 되는데,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유전자변형농산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GMO는 식량증산 활용, 질병 저항성 작물 개발 등 재배적 유익성과 안전성 확립, 인체 위해성, 환경에 대한 영향 등 잠재적 위해성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몬산토:Monsanto)와 같은 거대 다국적 기업에 의한 GMO의 상업화·글로벌화에 따른 생산·유통의 확대는 인체와 환경에 나타날 수 있는 안전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들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인체나 환경에 대한 위해성 여부와는 별도로 소비자에게 올바른 구매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2001년 3월부터 GMO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GMO 표시대상 품목은 콩, 콩나물, 옥수수, 면화, 유채, 사탕무, 새싹채소 등 7개 품목으로 소비자들은 이러한 농산물을 구입할 때 GMO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구매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콩, 콩나물, 옥수수 등 주요 표시 대상 식용작물이 GMO로 유통되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사료용 옥수수 등은 대부분 GMO를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사용되는 GMO는 종자로서 살아있는 생명체로 정의하고 유전자변형생물체(LMO: Living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라는 이름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LMO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무단으로 환경에 방출될 경우 생태계를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며 정부에서는 농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 4개 부처의 협력을 바탕으로 LMO의 환경 위해성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필자가 몸담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사료용 LMO인 옥수수와 면화씨에 대하여 수입의 승인부터 하역, 운송, 사료의 생산까지 전 과정을 통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4년 전에 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에 입사하여 근무하고 있는 노아무개씨는 오늘도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콩나물을 수거하여 GMO 속성검정을 실시하고 있으며, 관내 사료 공장을 돌며 LMO의 환경방출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직장 상사인 필자가 보기에 식품 안전에 대한 그녀의 사명감은 50여 년 전 왓슨과 크릭이 품었던 인류 진보에 대한 사명감에 견주어 크게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아산소방서, '불조심 어린이 마당' 수상학교 시상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아산시가족센터 둔포분원, '둔포유(ForU)' 성료
  4. 순천향대, 'SW 명문중학교 만들기' 큰 성과
  5. 아산시, 2024년 응급의료 유공 최우수기관 표창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