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
이 용어는 정장직이 명명했는데, 당시 대전 출신이면서 서울대와 홍익대 미술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 활동이 많았던 분위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장직도 이들을 따라 서울에 몇 번 올라가서 전시를 보았는데, 당시 작가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강목을 실내에 설치한 '데인져러스'라는 작품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정장직은 친구들과 '닭섬'이라는 외딴섬에 놀러 가게 되었는데, 멀리서 보니 섬이 곧 옆으로 쓰러질 것 같고 위험하게 보여 2m 되는 나무를 섬에 받치는 설치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즉 서울에서 보고 온 '데인져러스'라는 설치 작품을 닭섬에 응용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우연히도 정장직이 닭섬을 주제로 한 실내·외 설치작품들은 1988년 4월 2일부터 15일까지 대전 동아갤러리에서 개최 된 '1988. 하드코어 대전 코넥션전'에서 문범의 작품 'ORIENT'와 비교해 볼 때, 나무의 높이와 개수, 수직 설치, 채색의 느낌 등에서 유사성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지금으로 보자면 이러한 작품들은 대지미술이나 설치미술 영역에 속하는 작품일 것인데, 그렇다면 '옥외작업'이라는 용어는 어떻게 명명된 것일까?
당시 정장직은 교직에 있으면서 미술과 한문을 병치해서 가르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 영향으로 미술용어로 사용되던 설치미술이나 이벤트를 한자로 풀이하면 “밖에서 하는 미술 작업”이라고 하여 '옥외작업'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19751225 멤버들보다 먼저 1970년 8월 6일 '충남청년미술인회전' 창립전에서 설치미술이 있었다고 정장직은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 전에도 선배들이 있었죠. 시민관(옛 동양백화점 자리) 옆에 충남예총회관 전시실이 있었는데 '충남청년미술인회전'이었습니다. 이 때 이들이(이준, 이영수, 김여성 등) 설치도 했죠.”
정장직이 충남청년미술인회 전시 관람을 가보니 전시회 바닥에 모래를 깔아놓고 이상한 작품을 전시하더라는 것이다. 이 작가들 중에 대전 출신으로 홍익고등학교 미술 교사를 했던 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시 서울에서 강국진, 정강자 같은 작가들의 탈 평면화 된 해프닝과 설치 작품을 보고 영향 받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대전에서 설치작품과 이벤트는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일이 전혀 아니었다. 특히 대학 교수들이 이러한 장르를 부정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학생들 역시 미술 밖에서 일어나는 어처구니없는 돌발행동으로 치부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야외 이벤트와 옥외미술이 몇 차례 치러진 후 1976년 5월 7일부터 5월 13일까지 대전 홍명미술관에서 19751225의 1회전이 개최되었다. 개최 팸플릿에는 대평리와 내탑에서 행했던 이벤트 프로세스와 멤버들의 평면 작이 비구상으로 제작되어 실려 있다.
이와 같이 19751225는 당시 사회상황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었던 시간과 공간의 답답함에서 자신들을 해방시키고 탈출하려 이벤트나 옥외미술 활동을 펼쳤던 것이다.
19751225의 정기적인 그룹전은 1975년부터 시작하여 1992년까지 17년간 14회를 치렀으며, 야외작업은 1975년과 1976년, 2회를 행했고, 타 그룹과의 연합전 1회, 한국청년작가회와 같이한 초대전 1회를 했을 만큼 이들의 활동은 왕성함을 자랑한다.
19751225는 대전 화단의 유화나 수채화의 전통적 재료와 방법론에 다층적인 문제제기를 한 셈이다. 해프닝, 이벤트를 통한 몸의 예술화와 재료적 고찰에서도 그러하며, 캔버스라는 장소를 떠나 탈 캔버스 화 된 실험에 열정적이었다.
1980년 이후부터는 '금강현대미술제'에 핵심멤버로 관여 및 참여하여 야투의 성향과 자신들이 지향하는 토털 아트적 방법론(평면, 설치, 판화, 디자인, 미술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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