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아름다운 수학의 세계로 떠나는 '타임머신'

[강신철]아름다운 수학의 세계로 떠나는 '타임머신'

칸토어·피타고라스·아르키메데스 등 고대 천재수학자들의 고뇌 담아

  • 승인 2011-05-10 13:17
  • 신문게재 2011-05-11 12면
  • 강신철 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강신철 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
[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 무한의 개념]

이 책의 저자 애머 악첼은 과학전문 저술가이자 수학자이다.
'신의 방정식',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등 여러 권의 과학서적을 펴냈으며, 그의 저서들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중국, 스페인 등 전 세계에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도 이 책들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애머 악첼은 대학원에 다닐 때 친구가 보여준 무한수열 수식에 매료되었는데, 이때부터 실무한의 개념과 연속체 가설이라는 현대 수학의 기초를 맨 처음 제안한 칸토어의 생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25년간 자료를 수집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물론 칸토어에서 시작되었지만, 고대로부터 무한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고, 갈릴레오, 볼차노, 리만, 바이어슈트라스 등 칸토어 이전에 무한의 개념을 발전시켜온 유명한 수학자들의 생애와 업적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칸토어 이전의 수학자들은 무한의 개념이 가상적으로만 존재한다고 하는 '가무한'의 개념에 머문데 비해, 칸토어는 무한의 개념을 수학적으로 그 크기를 비교하고 연산할 수 있는 '실무한'의 개념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현대수학의 기초를 확립하게 되었다. 현대수학, 특히 해석학은 칸토어의 무한개념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무한 개념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초기 무한의 개념은 철학자 제논의 '아킬레스와 거북'이라고 하는 패러독스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고대인 가운데 가장 발이 빠른 아킬레스에 비하면 거북은 너무 느리기 때문에 얼마간 앞에서 출발한다. 거북이 처음 출발한 지점에 아킬레스가 도착할 무렵이면 거북은 얼마쯤 더 기어갔을 것이므로 발 빠른 아킬레스가 느린 거북을 결코 앞지를 수 없다는 것이 제논의 패러독스다. 제논 이전에도 피타고라스가 √2라고 하는 무리수를 발견하여 수의 무한 개념을 처음으로 구체화시켰다. 그 이후 에우독소스와 아르키메데스라는 학자들이 무한소 개념을 이용하여 넓이와 부피를 잼으로써 무한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중세에 신학에서 신의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무한의 개념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실무한의 핵심 속성을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였다. 갈릴레오는 원을 무한개의 변을 가진 다각형이라고 정의함으로써 무한의 개념에 다가섰고, 정수의 제곱수가 모든 정수와 일대일 대응한다는 것을 발견하여 무한집합의 핵심 속성을 발견하였다. 그 이후 체코의 성직자, 볼차노와 독일의 수학자 바이어슈트라스가 제한된 공간 내에서 무한수열은 극한점을 갖는다고 하는 볼차노-바이어슈트라스 속성을 발견하였는데, 해석학 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한 무한 개념이다. 이어서 독일의 수학자 베른하르트 리만이라고 하는 사람이 적분을 발견하여 무한의 개념을 확장시켰는데, 적분은 곡선에 둘러싸인 면적을 구하는 방법이다. 리만적분의 무한합이라고 하는 개념이 나중에 칸토어가 무한 연구를 하는 출발점이 된다.

흔히들 수학은 과학의 언어라는 말을 확대해서 수학자와 과학자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수학과 과학은 전혀 별개의 영역이다. 과학은 실험과 관찰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수학은 실험과 관찰이 없어도 얼마든지 상상력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학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감각이나 인식능력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논리적 사고만으로 무한의 세계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데 있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이 학교성적이나 대학입시를 위해서 수학문제를 푸는 훈련만 시키다보니 정작 정신적 쾌감을 만끽할 수 있는 수학의 아름다운 세계로 들어가기도 전에 눈을 감아버리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칸토어라는 한 수학천재의 인생을 통해, 수학은 우리 삶에 직업 연관이 없다거나 그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막연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지적쾌감을 맛볼 수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신라스테이까지 공매로…"깊어진 상권 침체의 늪"
  2. 대전 선도지구 선정 구역들, 향후 절차와 계획은?
  3. 대전 공공기관에 정보공개 청구해봤더니… 같은 질문에도 제각각 답변
  4. 중수청 수사인력 충원 윤곽나오나… 대전중수청 직급별 인원은 아직
  5. [WHY이슈현장] 기관명은 대전중수청, 첫발은 세종에서…수사 효율 쟁점
  1. [WHY이슈현장] 자치경찰제 시행과 엇갈린 개편, 지역 자율성은 축소 우려
  2. 세종 '행정수도법' 통과 힘 받는다… 국회의장까지 '합심'
  3. [WHY이슈현장] 검찰청 없는 시대…충청권 사법체계 변화는?
  4. 장윤기 사건 후속 전수조사 대전서 1건… 제한된 조사방식 한계
  5.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에 정용선 단독 등록… 충청권 전열 재정비 '속도'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법 연내 제정" 세종시민사회 대책위가 이끈다

"행정수도법 연내 제정" 세종시민사회 대책위가 이끈다

"역사는 기회가 왔다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이 움직일 때 역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2002년 신행정수도 건설이 국가적 의제가 됐던 것도 국민의 염원과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며, 오늘의 세종시 역시 시민들의 헌신과 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시 연대가 시작돼야 합니다." 29일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 비상연석회의'가 열린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황치환 범국민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은 이같이 선언했다. 이 선언을 시작으로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을 위한 시민들의 결집이 공식화됐다. 내달 출범..

교육열 높은 세종, 학업 중단율도 전국 최고… 왜?
교육열 높은 세종, 학업 중단율도 전국 최고… 왜?

세종시 고등학생의 학업 중단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교육열과 학생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퇴생이 매년 늘면서, 세종의 교육환경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 따른 내신 5등급제 전환으로 '전략적 학업 중단' 현상이 확산하면서, 학업 중단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세종시 고등학교 자퇴생은 332명으로, 전체..

박수현 충남지사, 김민석에 "공공기관 2차 이전·발전본사 유치" 전폭 지원 요청
박수현 충남지사, 김민석에 "공공기관 2차 이전·발전본사 유치" 전폭 지원 요청

박수현 충남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민석 후보를 만나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 등 충남 지역 현안을 전달하고 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박 지사는 29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민석 후보는 당대표 후보 중 유일하게 면담을 요청해 온 인물"이라며 김 후보와의 면담 사실을 밝히고, 2차 공공기관 이전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충남 설치 필요성을 적극 설명했다고 전했다. 박 지사는 세종시 출범으로 인한 충남의 상대적 손실과 내포신도시의 정체 상황을 강조했다. 그는 "..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더위 조심하세요’ ‘더위 조심하세요’

  • ‘여름 휴가 떠납니다’ ‘여름 휴가 떠납니다’

  •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