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복수노조 관전법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종선]복수노조 관전법

[중도마당]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 승인 2011-05-09 13:56
  • 신문게재 2011-05-10 20면
  • 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 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 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7월 1일부터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돼 한 사업장에 다수의 노조 설립이 가능해진다. ILO(국제노동기구)의 권고 등 국제기준에 따라 우리나라도 1997년 노사관계법 개정을 통해 이 제도를 도입했으나 법 시행이 13년간 유예됐다.

2009년 12월 노ㆍ사ㆍ정의 합의로 법 개정이 된 뒤 시행을 목전에 둔 가운데 노ㆍ사 양 진영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노동계는 법에서 규정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이 노사자율을 현저히 해친다며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 일부에서도 법 시행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으나 복수노조가 직원간 분열을 야기하며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복수노조제도 시행이후 이미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 새로운 노조의 설립가능성에 대해 노사 당사자는 단기적으론 7~14%, 3년 이내 31~37% 정도 될 것이며, 또한 기존 노조 집행부의 리더십이 불안정하거나 노사관계가 투쟁적인 사업장에서 복수노조 설립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복수노조 설립 시 노사관계가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67%였으며 제도 시행 초 노사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례를 만들기 위해 복수노조 설립, 단체교섭, 파업 등 모든 국면에서 대립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진정 복수노조가 기업의 노사관계를 악화시킬까? 다수의 노조, 다수의 협상 당사자가 생기면 노조간 주도권을 둘러싼 노ㆍ노갈등이 촉발되고 노사협상이 복잡해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각에 따라 복수노조도 약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 노조가 투쟁지향적이어서 파업이 잦았던 기업의 경우에는 대화를 추구하는 온건·합리 노조가 출범할 가능성이 높으며, 반대로 사용자가 독단적이고 노동조합이 근로자 전체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였던 약한 노조가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근로자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강한 노조가 출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노조가 생길 것인가, 어떤 노조가 생길 것인가가 아니라 복수노조라는 환경변화를 노·사가 어떻게 받아들이며 대처할 것이냐다.

복수노조가 건전하고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근로자 전체 이익을 보장하고 노사화합과 기업발전을 낳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노사가 믿는 것이다.

노조 역시 복수노조 도입을 일부 대기업 노조의 계파싸움에서 보듯이 세(勢) 구축이나 집행부 장악의 기회로 보거나 소속 조합원만의 이익에만 매몰되는 태도로 임한다면 직원간 분열만 커질 따름이다.

복수노조로 복잡해지는 노사관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노·사가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사회학자 게오르규 짐멜은 인간관계에서 수(數)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양자(兩者) 관계와 삼자(三者) 관계의 차이점을 분석하였다.

양자 관계는 한 사람(단위)과만 접촉하므로 항상 관계의 긴장도가 높으며 화합 아니면 대립, 한마디로 'All or Nothing' 관계만 존재한다. 그런데 삼자 관계로 가면 질적 변화가 이루어진다. 어느 1명이 둘 사이를 오가며 이간질시킬 수도 있고, 2명의 갈등 대립으로 나머지 1명이 어부지리를 챙길 수도 있다.

반면, 3명중 2명이 대립할 때 나머지 1명이 중재할 수 있고, 약자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3명중 2명이 연합해 다수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나타난다.

이 이론이 집단 노사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노사당사자들이 관계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관계를 단순화시키며 갈등과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루는 쪽으로 복수노조제도를 활용한다면 새 법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관계를 단순화시키며 관계의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복수노조제도의 시행은 노사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2.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