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환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
하늘이 감동했는지 관세음보살이 노파의 꿈에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면서 호리병에서 쌀 세 톨을 꺼내 노파에게 주면서 이르기를 “이 쌀을 바위에 심으면 하루에 세끼 먹을 쌀이 나올터이니 아침과 점심, 저녁을 지을때 이 쌀을 가져다 지으라”고 말했다.
노파가 꿈에서 깨어보니 관세음보살 말대로 바위에서 쌀이 나올뿐만 아니라 손자도 얻게돼 행복하게 사는 듯 싶었다. 그러나 욕심많은 노파가 더 많은 쌀을 얻기위해 부지깽이로 바위 구멍을 후벼 팠더니 쌀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핏물이 흘러 바위 주변이 핏빛으로 물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세계 최대의 와불(누워있는 부처님상)로도 유명한 부여군 미암사에 있는 높이 30m 거대한 바위에 얽힌 '쌀바위' 전설이다.
공주시 탄천면 전동리에 있는 미암산(米岩山)에 있는 미암사에도 비슷한 설화가 있다. 세상 이치에 통달한 승려가 임종할 때에 수도승에게 “너희들이 지금처럼 열심히 수도를 한다면 먹고 사는 일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니라” 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자 절 뒤의 바위에 구멍이 생기고 그 안에서 파란 새와 노란 새가 번갈아 나와 울어대면 구멍에서 쌀이 쏟아져 나왔다. 덕분에 수도승들은 쌀 걱정 없이 열심히 불도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 온 비구니가 새를 잡아 자기가 키우면 큰 부자가 될 것이란 야심에 사로잡혀 억지로 바위 구멍 안에 있는 새를 잡으려고 막대기로 구멍을 쑤셔대자 새들은 사라지고, 그 구멍에서는 물만 나오기 시작했다.
등장인물만 달랐지 태백산 끝자락에 있는 울산시 울주군 가지산에도 쌀바위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절에 쌀바위(米岩)가 많은 것은 인도에서 미(쌀알)를 사리라 부르고 있고 결국 '미(米)'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의미해 사리로 뭉쳐진 미암(米岩)이라는 명칭이 절 이름 등에 어울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들 전설이나 설화가 한결같이 빗대어 사람들을 꾸짓고 가르치려는 것은 '욕심'의 위험성과 허망함이리라.
시간으로는 현재, 지금이며 소유한 것으로 따지면 지금 내게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나친 욕심을 내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설파하는 것은 '무욕(無慾)'이지만, 최상의 법도로 보지 않는 견해도 있다.
석가모니가 보리수 나무 아래서 처음 명상에 잠길때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잠도 안 잤지만 깨달음은 멀리 있었다. 한 노인이 석가모니에게 “비파의 현이 너무 길면 음이 늘어져 소리가 안나고, 너무 짧으면 끊어져 버린다”는 얘기를 해 준다. 그러자 석가는 '과욕도 무욕도 결국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가장 적당한 위치를 찾는 것이다'라는 '중도'에 이르게 된다. 불교의 많은 가르침가운데 중요한 것은 지나친 욕심(욕망)을 버리라는 것과 자비심이 아닌가 싶다.
어떤 이가 석가를 찾아와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이 무슨 이유냐고 따지듯 하소연하자 석가는 “그것은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고 하셨다. 그러자 그 이는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입니다”라고 하자 석가는 “재산이 없어도 남에게 줄 수 있는 일곱가지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하셨다.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기(화안시), 사랑, 칭찬, 위로, 격려, 양보, 부드러운 말(언시),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한 마음을 주는 것(심시), 눈으로 베푸는 것(안시), 몸으로 행하는 것으로서 남의 짐을 들어주고 일을 돕는 몸으로 행하는 것(신시), 때와 장소에 맞게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것(좌시), 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알아서 도와 주는 것(찰시)등이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과욕은 멀리하면서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일곱가지의 베풂이 내게도 있는지를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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