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포 엘리펀트’는 1930년대 대공황 시대, 화려한 서커스를 무대로 펼쳐지는 두 남녀의 격정적이고 위험한 사랑을 그린다. 주인공은 ‘트와일라잇’의 서늘한 뱀파이어 로버트 패틴슨도, ‘금발미녀’ 리즈 위더스푼도 아니다. 제목이 보여주듯 코끼리, 로지다.
▲ 워터 포 엘리펀트 |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전 세계 소녀들을 매료시킨 패틴슨은 서커스단의 열차에 우연히 올라타는 바람에 동물을 돌보게 되는 가난한 수의학과 청년 제이콥을 연기한다. 그가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서커스 단장의 부인 말레나는 위더스푼이 분했다. 제이콥과 말레나는 로지를 돌보고 훈련시키면서 서로 깊은 감정을 느끼지만, “서커스단은 나의 왕국”이라며 폭군으로 군림하는 단장 어거스트는 둘 사이를 눈치 채고 떼어놓으려 한다. 어거스트 역은 크리스토퍼 왈츠가 맡았다.
서커스단의 애크러배틱한 묘기는 환상적이고, 인정 넘치는 광대들은 정감이 간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서커스단이 몰락해가는 과정과 두 남녀가 벌이는 위험한 사랑 등 정작 통렬하게 그렸어야 할 장면들이 쇼에 가려 희미해져 버렸다.
‘나는 전설이다’의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은 화려한 볼거리에 서사적인 로맨스를 덧입히려 했지만 전작만큼 강렬한 느낌을 싣지 못한다. 거기엔 패틴슨의 탓도 있다. 그는 드라마틱한 역할을 맡아 영화의 결을 살리기엔 내공을 더 쌓아야 할 듯하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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