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투캅스’가 연상된다. 박중훈-이선균 투톱은 안성기-박중훈 조합의 2011년판 같다. 샐러리맨 같은 형사, 멋모르는 신참이 의뭉스런 고참에게 번번이 당하는 설정도 닮았다. 박중훈이란 공통분모가 있어 느낌이 더 강하다.
▲ 체포왕 |
‘체포왕’의 형사는 실적과 승진에 급급한 회사원이다. 어떻게든 실적을 올리려는 형사들의 경쟁이 빚어내는 웃음이 볼 만하다. 마포경찰서 강력팀장 황재성(박중훈)은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 낚아채는 것으로 악명 높은 ‘구렁이’. 편의점에서 커피믹스를 슬쩍 한 여고생, 벼룩시장 신문을 폐지로 판 할머니도 그에겐 ‘당연히’ 점수를 올려주는 절도범이다. 마포서에 번번이 실적을 빼앗기는 서대문서로 발령된 신인 팀장 정의찬(이선균)은 범인이 도망가면 생각도 않고 뒤만 쫓아가는 허당. ‘올해의 체포왕’을 놓고 둘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웃음 포인트다.
박중훈과 이선균의 연기가 맛있다. ‘코미디의 귀재’ 박중훈이야 그렇다 치고 이선균의 코믹 본능은 발견이다. 평소 부드러운 이미지를 몽땅 버리고 제대로 망가진다.
아현동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는 장면은 긴박감이 넘치고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마포발바리 성폭행 사건은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문제는 재성이 개과천선하는 후반부다. 개과천선할 수야 있다. 거기에 ‘왜’가 빠져있으니 문제인 거다. 못내 그 안일한 연출이 영 마음에 걸렸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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