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성]사랑에는 사랑이 가장 효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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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성]사랑에는 사랑이 가장 효험이 있다

[중도춘추]송인성 한밭대 겸임교수

  • 승인 2011-05-05 14:03
  • 신문게재 2011-05-06 20면
  • 송인성 한밭대 겸임교수송인성 한밭대 겸임교수
오월은 유난히 기념일이 많다. 기념한다는 것은 무엇을 잊지 않고 애써 마음으로 기억하려는 행위다. 그저 생각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생각하고 그리는 것을 마음의 밖으로 추어서 기리는 일이다.

일년은 열두달이고 때가 오월만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시절의 형편상으로도 넉넉지 않은 춘곤기임에도 하필 오월을 고집해 이런 날들을 이 봄날에 몰아놓은 까닭이 자못 궁금하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답은 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봄이란 계절이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길래 이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수선을 떨면서 뭔가를 기념하게 하고, 누군가를 챙기게 만드는 것일까? 사람은 시간을 닮고 시간에 감응하여 움직이는 존재다. 만사는 연유없이 발생하는 일이 없다. 모든 답은 역시 음양의 이치에 있다. 음양의 이치는 곧 시간의 이치다.

봄을 역학의 원리로 살펴 보면 봄은 목기운(木氣運)이라고 한다. 목기운이란 성질이 정적이고 폐쇄성이 강한 음기운이 지나치게 강해져 이에 대한 반발작용으로 상승과 개방을 꾀하는 운동을 말한다. 이런 작용으로 인해 만물이 소생하는 것이다.

봄을 하루로 보면 아침이다. 아침이 어떤 때인가. 하루 중에 유일하게 온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같이 하면서 소통하는 친화의 시간인 것이다. 이 시간에 다툼이나 분쟁이 있을 리 없다.

제 몫을 챙기는 이해타산의 시간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봄에 태어난 사람은 인정이 많다.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고 내일보다 남일에 열성을 보인다. 혼자하는 것보다 협동해 같이 하는 일을 좋아한다. 그리고 남에게 받기보다 오히려 주기를 좋아한다. 이 모두가 화합하는 기상이다.

봄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다정하게 만든다. 봄의 위력은 겁많은 여자의 마음에 봄바람이 나게 하기도 하며 이런 시간의 힘을 빌려서 봄날에 혼인을 많이하는 지도 모른다.

아침은 어둠을 이기고 나온 밝은 시간이다. 감춰진 시간이 아니라 보이는 시간이다. 그래서 봄을 봄이라 부르는 것이다. 봄이 오면 속에 품고 있는 것을 감추기보다 밖으로 드러내는 시간이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하는 시간이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표현하는 때다. 그래서 뜻을 기념하고 가족을 챙기고 이웃을 살피는 것이다.

봄을 사람으로 비유하면 아이와 어머니와 같다. 성정으로 보면 뚝뚝한 남자보다 정다운 여자를 닮은, 엄한 아버지보다 정많은 어머니와 같은 계절이다. 그리고 봄은 미숙하지만 순수하고 착한 아이의 계절이다. 새로 시작하는 시기이니 될 수 있으면 기를 살려 줘야 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오월에 '어버이 날'과 '어린이 날'이 있는 것이다.

이런 저런 시간적 속성을 연유로 들어서 봄이 화합과 사랑의 계절임을 살펴 보았다. 우리가 봄을 일러 희망의 계절이고 여성의 계절이라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봄은 강하고 이성적인 계절은 아니지만 감성적인 계절이다. 그러므로 이 좋은 봄날에는 강함을 너무 자랑하지 말고 좀더 풋풋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한철을 지내봄이 좋을 듯 싶다. 특히 오월은 봄 중에서도 가장 봄다운 시간이다.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가장 아끼고 챙기는 계절이어야 한다. 봄을 계절의 왕이라 하지 않고 여왕이라고 하는데도 나름의 그 소이가 있는 것이다.

봄날씨를 보고 사람들은 화창(和暢)하다고 한다. 이 말은 봄은 분별(分別)의 날씨가 아니고 화합(和合)의 날씨라는 말이다. 봄날은 오늘도 사람이 사람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계절임을 우리에게 묵묵히 말하며 흘러 가고 있다.

그렇다. 서둘러서는 안되는 일이 많은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일도 더러 있다. 그게 다름아닌 사랑을 전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사랑에는 사랑이 가장 효험이 있다는 니체의 말을 생각하면서 이 글의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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