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그런데 통추위가 제시한 일정과 작금의 활동상황, 그 구성을 보면 과연 3개 대학 통합을 제대로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졸속적인 추진일정이다. 제시된 바에 의하면 4월 초부터 시작된 통합논의를 5월에는 찬반투표에 부쳐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대학통합은 지난 60년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역사적 과정이기 때문에 매우 치열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런데 3개 대학통합을 군사작전 하듯이 불과 두 달 만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충청권 3개 대학통합은 다른 지역의 국립대학 통합과 차원이 다르다. 그 경우에는 지역 거점대학이 작은 국립대학을 흡수통합 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통합된 학교 이름이나 대학본부 위치 등은 처음부터 문제되지 않았고, 비교적 단시간 내에 통합을 완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충청권 3개 국립대학의 통합은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통합을 논의하는 이른바 신설통합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통합논의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통합대학 교명이나 본부의 위치 등과 같은 문제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의사결정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개월 만에 통합제안서를 제출하고 내년 3월에 통합대학을 출범시키겠다는 통추위의 계획은 무모하기 짝이 없고 그 진정성에도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통추위는 이제 활동을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나고 있지만 대학통합에 관해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전혀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 않다.
통추위는 통합대학의 교명과 대학본부의 위치, 통합된 대학의 비전과 발전 전략, 7개의 지역으로 분산된 캠퍼스의 특성화, 대학의 구조조정 등에 관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통합의 청사진을 제시하여야 한다.
또한 통합대학 출범 시 각 대학 총장의 위상과 역할은 어떻게 되는지, 올 10월에 예정되어 있는 충남대 총장선거는 정상적으로 치러지는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통합안에 대한 찬반투표 시 투표에 참여할 구성원의 범위와 의결정족수에 대해서도 미리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대학의 미래와 통합의 성공여부를 결정할 중차대한 요소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통추위는 이와 관련하여 설문조사, 토론회, 공청회 등 어떤 의견수렴 절차도 밝고 있지 않다. 그러면서 어떻게 통합대학의 청사진을 제시하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학통합은 각 대학을 대표하는 몇 사람들이 모여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학내 구성원들로만 이루어진 통추위는 자기 대학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그 역할에 있어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컨설팅 기관으로부터 종합적인 경영진단을 받아 3개 대학이 갖고 있는 내부 역량과 자원에 대해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를 바탕으로 통합대학이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과 발전전략, 구체적 재원조달과 실행방법 등이 제시되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대학의 미래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졸속적인 방법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각 대학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짜깁기 수준에 불과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대학통합은 불확실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통합 자체가 대학 발전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대학 발전의 비전을 공유할 때 통합은 대학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대의 대한민국 대표 국립대학'이라는 하향식 슬로건은 그들만의 구호이지 통합대학의 비전이 될 수 없다. 함께 꾸는 꿈이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3개 대학 통합논의, 제대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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