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가슴에 이등병 계급장 달아주기도
“늠름한 모습보니 대견” “군 생활 자신감”
▲ 논산 육군훈련소 가족면회가 13년 만에 재개된 4일, 훈련소를 찾은 가족들이 자랑스런 장병으로 다시 태어난 아들과 흐뭇한 만남의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논산=손인중 기자 dlswnd98@ |
“강한 전사로 태어난 내 아들아, 늠름한 모습을 보니 뿌듯하구나.”
4일 오전 지난 1998년 중단된 뒤 13년 만에 부활된 '훈련병 가족 면회'행사가 열린 논산 육군훈련소 연병장. 검게 탄 얼굴로 제법 군인 티가 나는 유승우 이병이 자신의 앞에 선 부모님에게 “충성,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유 이병의 어머니 김은형(49)씨는 자신의 가슴에 아들을 뜨겁게 안았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한시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던 아들 얼굴을 손으로 보듬으며 오른쪽 가슴에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줬다. 김씨는 “그동안 고생 많았다. 우리 아들이 너무 대견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유 이병도 “오랫동안 부모님을 뵙지 못했는데 이렇게 만나니 너무 좋다”고 어머니를 얼싸안았다.
이날 육군훈련소에는 국가의 부름을 받고 입대한 아들을 보려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몰려든 7000여 명의 면회객으로 북적였다.
이들은 입대 전과 비교해 몰라볼 정도로 늠름해진 아들, 손자, 오빠, 동생, 애인을 보면서 대견해했다.
육군의 정예병이 된 훈련병들의 우렁찬 군가 소리가 들리자 곳곳에서 “와”, “너무 멋져졌다”라는 환호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광희(21) 이병의 어머니 박점자(47)씨는 “처음 아들을 보고 울컥했지만 건강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군대에 가더니 키가 좀 더 큰 것 같다”고 아들을 올려다보았다.
인천에 사는 조한빈(21) 이병의 아버지 조승호(63)씨도 “우리 막둥이가 고된 훈련을 견뎌냈다니 대견하다”며 아들 가슴에 계급장을 선물했다. 조 이병의 누나(23)도 “어리광만 부리던 동생인데 군인들 사이에 끼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며 강한 전사로 태어난 동생을 대견스러워 했다.
훈련병들도 이날 행사를 통해 힘을 얻었다. 강원도 양구 출신인 김정운 이병은 “훈련 수료 뒤 부모님 얼굴을 보니 앞으로 펼쳐질 군 생활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가 찾아오지 않은 훈련병도 종종 눈에 띄어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육군훈련소에 따르면 이날 배출된 신병 1800명 가운데 107명이 부모님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동료 훈병의 부모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영내에서 영화 관람 등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수료식이 끝나자 면회객과 훈련병들은 부대 내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고향에서 가져온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었다. 신병들은 군대에서 구경할 수 없었던 치킨, 피자 등을 맛보며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훈련병 면회제도 부활로 잔뜩 기대를 걸었던 인근 식당가는 면회객과 훈련병들이 부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기대한 만큼의 특수를 거두지는 못했다.
/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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