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홍철 2012 대전세계조리사대회 조직위원장·대전시장 |
반면 '음식'이라는 말에는 맛과 영양이라는 의미가 따라붙는다. 그리고 음식은 먹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즐기는 대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음식은 그 지역의 기후, 식생, 풍습 등이 반영된 문화의 집합체라는 점에서 끼니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하겠다.
이처럼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조리사(調理師)라고 한다. 흔히 말하는 요리사(料理師)와 어떻게 다른지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요리사가 광범위하고 통속적인 의미인데 반해 조리사는 구체적인 자격이나 공식적인 개념이 담겨진 명칭이라 하겠다. 따라서 조리사는 맛과 영양의 균형은 물론, 음식의 아름다움을 창조하여 인간의 미적인 욕구까지 충족시키는 음식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세계적인 음식전문가들이 2년에 한 번씩 모이는 국제행사가 있는데 바로 '세계조리사대회'다. 그리고 내년 대회가 바로 이곳 대전에서 열린다. 2012 대전세계조리사대회(WACS 2012 Daejeon Congress)는 세계 90여개 나라에서 온 최고 수준의 조리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국제대회로 현 정부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 정책과도 부합하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5월 1일부터 12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 대전무역전시관, 엑스포시민광장 등에서 세계조리사연맹(WACSㆍWorld Association of Chefs Societies) 총회, 세계식품전시회, 음식문화 체험 및 요리경연대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으로 행사기간 동안 대전은 잔칫날과 같은 분위기에 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주목하는 것은 경제적인 파급효과다. 내년 대회는 한식의 우수성 홍보와 식품관련 산업 발전의 계기가 되며, 음식과 관광을 연계하여 서비스산업의 고도화를 이끌어 내는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국제행사가 될 것이다. 잠정적인 예상이지만 이 대회를 통해 약 1200억원의 생산파급효과와 2000여 명의 고용 파급효과를 전망하고 있다.
선진국은 말 그대로 앞서가는 나라지만, 그것은 비단 경제적인 부(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선진국의 밑바탕을 이루는 것은 문화의 힘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발전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가 지난 10여 년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벽을 쉽게 넘어서지 못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문화역량의 부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젠 하드웨어를 만들어 돈을 버는 시대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창조하여 가치를 생산하는 시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람들의 이성보다는 감성을 터치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대한민국 문화의 힘은 한류(韓流)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한류의 시작이 K-Pop과 드라마였다면, 차기 한류는 음식과 패션이 중요한 아이템으로 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드라마와 가요가 우리나라에 대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호감을 높여주는데 이바지한 반면에 음식과 패션은 실물적인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문화역량을 직접 체험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전된 한류라 할 수 있다. 특히 한식은 참살이(Well-being)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식단에 부합하며, 다양한 식재료의 조화로운 맛과 영양으로 세계인들의 호평을 받고 있기에 새로운 성장산업이 될 여지를 높여가고 있다.
흥미롭게도 대전에서는 5일부터 열리는 '한식세계화 경연대회', '대전국제소믈리에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내년 5월의 '세계조리사대회', 10월의 '국제 푸드&와인 페스티벌' 등 음식과 관련한 국내외 행사가 연이어 개최된다. 한마디로 대전이 음식한류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다. 특히, 감성마케팅의 중요 소재인 음식을 주제로 하는 내년 '세계조리사대회'는 한식의 세계화를 통해 제2의 한류를 이끌어 내고 새로운 성장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그저 소박하고 대수롭지 않게 보았던 우리의 밥상에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성장 동력을 발견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시민 모두가 7성급 호텔의 조리사처럼 대전의 매력과 정을 한가득 담아 내년 행사를 멋지게 준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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