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대흥동 주민 '의료 파수꾼'

30여년 대흥동 주민 '의료 파수꾼'

2대째 대이은 운영… 10년이상 터줏대감 환자 다수 가족같은 의료진·최선의 진료 환자에 믿음 심어줘

  • 승인 2011-05-04 14:24
  • 신문게재 2011-05-05 11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중도일보 창간 60주년 동네의원 살리기 캠페인 우리동네 주치의] - 1.손정형외과

동네의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전에서만 의원, 한의원, 치과까지 동네의원들이 연간 100여개가 문을 닫고 있으니까요.
우리 주변에는 의원도 있고, 병원도 있고, 종합병원도 있습니다.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어 놓은 것은 감기에 걸렸으면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이곳에서 좀 더 큰 병원으로 옮겨가 진료받을 것을 권유하면 병원으로, 또 수술이나 고난도 치료가 필요하면 종합병원으로 보내라는 체계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 환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조건 큰 병원을 선호합니다.

감기만 걸려도, 배가 조금 아파도 무조건 상급 종합병원을 찾습니다.

정작 종합병원들은 감기 환자들에 치여 암환자나 중증 환자들에 소홀하기 쉽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종합병원들은 환자가 몰려 주차장, 입원실을 짓느라 북새통입니다.

하지만 동네의원들을 파리만 날리고 있습니다.

정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의원급 의료기관 57%가 월매출 1300만원 이하라고 합니다.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지요.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건강보험 재정의 요양급여 점유율도 10년 전 32.8%에서 2010년에는 22.1%로 급락했습니다.

중도일보는 창간 60주년을 맞아 지역 의료계의 가장 큰 화두인 '동네의원 살리기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유럽 등 선진국은 주치의 제도가 발달해 있습니다.

동네의원을 꾸준히 다니며 자신의 건강을 잘알고 있는 의사로부터 상태를 수시로 체크받고 문제가 생기면 소상하게 큰 병원에 의뢰하는 의료 시스템이 잘 구비돼 있지요.

우리 동네에 어떤 동네의원이 어떤 치료를 잘하는지, 의사의 실력과 평가는 어떤지… .

다양한 접근방법을 통해 우리 동네 주치의를 소개합니다.

1차 의료기관(동네의원)이 살아야 의료가 산다는 확신에서 입니다. 독자 여러분과 같이 만들어가는 이 캠페인에 많은 성원 부탁합니다. <편집자 주>

1. 손정형외과

▲ 손문호 원장
▲ 손문호 원장
“이 병원 다닌지 10년도 넘었어. 아플 때마다 다니던 곳이니까 편한 마음으로 와서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중구 대흥동 손정형외과에 가면 최소 10년 이상 다녔다는 터줏대감 환자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근순(77) 할머니는 10년 넘게 다리가 아플 때마다 손문호(44) 원장을 찾는다.

아들같이 친절하게 상담도 해주고,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병을 오랜시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믿음에서다.

손정형외과는 30여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오며 대흥동 지역민들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해오고 있다.

1975년 고 손승원 박사가 은행동에 개원한 후 78년 현재의 대흥동 자리로 병원을 옮겨왔다.

손 박사의 아들인 손문호 원장이 대를 이어 손정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다.

손문호 원장이 대를 이은지도 14년이 흘렀다. 한때는 번성하던 구도심 이었지만, 관공서들이 둔산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재개발, 도시 공동화 등으로 주거 인구가 40%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버지 때부터 이어오며 대흥동 주민들의 의료 파수꾼 역할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손문호 원장은 아버지로부터 '난향천리 의심만리(香千里 醫心萬里)'라는 가르침을 받아왔다.

난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의사의 마음은 만리까지도 전해진다는 것이다.

성심성의껏 환자 한 사람, 한 사람 최선의 진료와 자문을 하면 환자에게 믿음을 준다고 믿고 있다.

손 원장은 “환자들은 의사에게 신뢰를 갖고 치료에 임하면 치료 효과가 더욱 좋아지는 것 같다. 환자들에게 동의 없이 비급여 진료를 함부로하거나 환자가 아닌, 물질로 봐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병원이지만 진료에 대한 연구와 투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현재 환자들의 보행 형태를 분석해 치료에 도입하는 시스템을 개발중에 있다.

걷는 모습에 따라 뼈나 다리 이상을 감지할 수 있고, 이를 교정하고 치료하는 방식이다.

운동치료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운동 치료와 물리치료도 활성화 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가 혈소판 주사요법(PRP) 치료를 도입해 환자들의 호응도도 높다.

PRP 치료는 본인의 혈액을 뽑아 2차에 걸친 원심분리를 이용하여 농축된 혈소판을 인대 손상 부위에 넣어 주어 조직의 재생을 도와주는 치료다.

PRP에는 성장인자가 많이 들어있어 빠른 회복을 도와주고 본인의 혈액을 사용해 반복적인 시술이 가능하며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당뇨환자와 혈액 투석환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해 연로한 노인들의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손 원장은 “환자에게 감동을 주는 의사, 고민을 들어주는 의사,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의사, 동네의 여러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의사만이 살아남는 시대라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인 사회활동과 봉사활동에 더욱 많이 참여할 수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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