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연 ]꿈을 찾는 아이들과 만든 작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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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연 ]꿈을 찾는 아이들과 만든 작은 정원

[교육단상]황석연 충무교육원교육연구사

  • 승인 2011-05-03 14:18
  • 신문게재 2011-05-04 20면
  • 황석연 충무교육원교육연구사황석연 충무교육원교육연구사
▲ 황석연 충무교육원교육연구사
▲ 황석연 충무교육원교육연구사
학생은 학교에서 열심히 자신의 생활에 충실할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보면 정선되지 않은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청소년기에 가져야 할 올바른 정체성보다는 일탈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학부모, 선생님들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들의 생활은 계속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만 파고드는 시기에 충남교육청에서는 전국 최초로 2010년에 기숙형 위탁교육기관인 충남 Wee스쿨(충무학교)의 문을 열었다.

충무교육원에 교육연구사로 발령받아 충남 Wee스쿨 추진기획단 TF팀을 만들고 전국 10여 곳의 대안학교를 방문하여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충남의 실정에 맞는 운영을 위한 채비를 했다. 특히 일반 학교에서는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교육시설도 가정과 같은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충남의 학교부적응 학생과 중도탈락 위기의 학생을 모았다.

학생들을 모아 놓고 처음 그들을 본 순간 숨이 막혀오는 현기증을 느꼈다. 학교에서 보아왔던 학생들과 전혀 새로운 느낌이었다. 머리색, 귀걸이, 복장, 말투 등 모든 것들이 정말 이것이 현실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들과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서 어느 순간인가 점점 의구심은 이해로 바뀌고 있는 나 자신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 아이들을 본 선입견은 없어지고 왜 그들이 그래야만 했는가에 대한 이면적인 이해가 시작된 것이다. 왜 그리도 어려운 환경이 많은가? 정말 정상이 무엇이고 비정상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들을 왜 그리도 몰랐던가? 등의 나 자신에 대한 20여년의 교육경력이 부끄럽기만 했다. 그동안 교육에 대해 쌓아 둔 많은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채운 다음 그들과의 새로운 꿈의 정원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했다.

가장 먼저 인성함양을 위해 학교에서 실시하는 공통교과 외에 대안교과를 운영했다. 임상심리사가 실시하는 임상심리검사 결과를 기초로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술치료, 원예치료 등의 수업과 전문상담교사가 실시하는 심성계발 등의 수업을 운영했다. 또한 학생들이 꿈과 비전이 없어 현재 생활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무의미한 생활을 하고 있어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체험하고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진로탐색활동 시간을 운영했다. 진로탐색활동 시간에는 요리, 제빵·제과, 애견, 미용 등의 실습 시간과 인근 산업체를 방문하여 견학하고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일선 학교와 가장 차별화 된 내용은 예방교육과 함께 실시하는 현장체험학습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실시하는 청소년문화캠프의 경우 서울에 있는 성교육 전문센터를 방문하여 성폭력, 성희롱 등에 대한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난 후에 청소년 문화 관련 체험학습을 실시했다.

이러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점차 학생들의 변화는 먼 곳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불만과 괴로움으로 가득찬 눈가에는 미소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선생님들을 보면 외면했던 모습에서 먼저 다가와 인사도 하고, 선생님이 부르면 무조건 '왜요'라는 대답에서 '예'라는 대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입교식에서 보여줬던 냉담한 아이들이 반응. 수료식장에서 보여줬던 감동의 시간. 이제 1년의 시간을 보내고 다신 시작한 한 해. 퇴근길에 울리는 전화벨소리. '선생님 저예요. 저 지금 고등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라는 그 한마디가 왜 그리 고맙기도 하고 즐겁기만 한지. 힘들었던 순간들의 기억은 다 없어지고 이제는 그 아이들에게서 오는 전화 한 통화가 기다려진다. 그 아이들이 찾고 있는 꿈의 정원이 아름답게 만들어 지는 그 날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새롭게 만난 학생들과 꽃들이 활짝 피어나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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