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권]신호등=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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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신호등=가로등(?)

[중도마당]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 승인 2011-05-02 14:13
  • 신문게재 2011-05-03 20면
  • 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 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 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요즘 연일 유가가 급등하고 있어 승용차를 몰고 다니기가 무서워졌다. 출근하던 어느 날 아침, 아파트 엘리베이터안에서 공지문을 보게 되었는데 기름을 절약하자면서 공공시설의 조명 등을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참 순박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기름값이 오르면 기름을 못 쓰게 하면 된다는 정책인 듯해서 씁쓸했다.

이런 종류의 정책은 국민들에게 참으로 낯익다. 기름값 올랐으니 차량 5부제 실시, 더 올랐으니 차량 2부제 실시를 한다는 것을 비롯해서, 에너지 절약한다고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 관공서의 냉방기 작동을 금지시키는 희극같은 정책들을 국민들은 수십년간 목격해왔다. 좀 더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나 철학이 있는지 참으로 의심스럽다.

유가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석유가 아닌 다른 에너지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하나, 정부는 태양광이나 조력, 풍력 에너지의 채산성이 별로 없다고 하면서 대체 에너지 개발에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오일 쇼크가 일어난 지 30년이 넘었는데,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획기적 변혁은 없었고 정부는 그때그때 미봉책을 내놓기에 급급했다.

대체 에너지 개발과 같은 거창한 정책 말고도, 발상의 전환만 하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길은 의외로 많다. 내가 살고 있는 테크노밸리는 새로 조성된 동네라 그런지 차로도 넓고 다니는 차량도 많지 않다. 특히 우리집 앞 네거리에는 차량이 가끔씩 눈에 띌 정도로 교통량이 많지 않은데, 그 곳에 설치된 신호등은 대전 도심의 신호등과 완전히 똑같이 직진, 직좌회전, 좌회전 등 모든 종류의 신호를 보내 주고, 또한 신호 주기도 매우 길다. 필자 같이 성질 급한 시민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불법을 자행하는데 대다수의 시민들은 차가 한 대도 없더라도 몇 분씩 자기의 신호를 기다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가끔씩 얄밉게도 경찰은 숨어서 필자 같은 불법시민을 늠름하게 검거한다.

또 우리 도시들의 신호등은 무슨 가로등 마냥 너무 촘촘히 설치되어 있어 차량들은 미식 축구 선수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듯이 신호등에 막혀 한 블록씩 전진하는 경우가 많다. 교차로가 연속되는 구간에서는 첫 번째 교차로의 신호로 인해 다음 교차로에 차단효과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차단효과를 고려치 않고 모든 교차로에 가능한 모든 신호등의 불이 들어오고, 차단 효과에 의해 직진 차량이 거의 없음에도 우리 시민들은 좌회전 신호를 오랫동안 기다린다.

이러한 모범시민을 양산하면서 쓸모없는 에너지를 소비시키는 것이 훌륭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교통량에 맞추어 신호의 종류를 대폭 줄이고 신호 주기도 조절하면 에너지도 절약하고 교통 소통도 훨씬 원활할 것이다. 도심에서는 빠른 속도로 주행하다가 신호에 걸려 장시간 멈추어 있는 것보다는 느리더라도 정차함이 없이 교통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전에 아는 후배 판사가 안산시의 신호체계에 대해 참지 못하고 행정청에 그럴듯한 정책을 제안했는데, 돌아온 답은 '귀하의 의견은 채택되지 않았습니다'였다고 한다.

예전에 인도네시아 발리를 갔었는데, 그 곳의 신호는 빨간불과 초록불이 전부였고 따로 좌회전 신호가 없었다. 좌회전을 하고자 하는 차량은 한 블록 더 직진한 다음 만나는 네거리에서 유턴을 하는 식으로 좌회전을 했다. 그리고 스위스에서는 네거리에 로타리가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차량들은 교통신호를 받지 않고 물 흐르듯이 교차로를 빠져나갔다. 인도네시아나 스위스에서의 교통 시스템을 보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본다. 근시안적이고 대중적인 방안 말고 발상의 전환을 통한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정책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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