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수]문화예술은 후원으로 꽃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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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문화예술은 후원으로 꽃피운다

[문화초대석]박강수 대전문화재단 대표

  • 승인 2011-05-01 13:34
  • 신문게재 2011-05-02 20면
  • 박강수 대전문화재단 대표박강수 대전문화재단 대표
▲ 박강수 대전문화재단 대표
▲ 박강수 대전문화재단 대표
문화를 뜻하는 영어단어 'Culture'는 '경작하다', '가꾸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Cultura'에서 파생되었다. 즉 문화도 작물과 같이 가꾸고, 경작된다는 말일 것이다. 사실 문화는 가꾸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문화생산자만이 가꾸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문화에 있어서 가꾼다는 의미는 수용자에게 더 적합한 말이다. 문화생산자가 문화를 꽃피울 수 있도록 생산환경을 조성해 주는 역할을 바로 수용자가 하기 때문이다. 생산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은 수용자들의 생산자에 대한 후원을 의미한다. 곧 문화는 가꾸어지는 것이고, 가꾸는 자들은 후원자들인 것이다. 이는 세계문화의 역사적 사실들이 증명해 주고 있다. 특정 시기의 왕조, 귀족, 사회가 문화에 대한 강력한 후원정책을 펼쳤을 때 문화는 전성기를 이루었다. 그 몇 예들을 살펴보자.

17, 18세기는 궁정과 귀족이 문화예술을 강력히 후원했던 시기였다. 궁정은 화려한 극장들을 궁정 안에 지었으며, 악단을 궁정 내에 상주시켰고, 음악을 전담하는 기관을 설치했다. 음악회는 사교의 장 성격이 짙었다. 음악회를 개최한 귀족은 음악을 통하여 자신의 부와 권력을 과시했고, 당시 음악회에 가는 것은 귀족계급의 사회적 절기 중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당시 건반 음악이 융성한 것은 건반 음악을 사랑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1533~1603)와 스튜어트 왕조의 후원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며, 만하임 궁정의 칼 테오도르 선제후(選帝侯)와 에스테르하지 대공(大公)의 기악 음악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기악 양식을 만들어 냈다. 후원 때문에 작품명에 후원자의 이름이 들어가기도 했다. 제작 과정에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오페라는 군주의 후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화려함과 웅장함을 즐겼던 군주들은 오페라를 후원하였고,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는 궁정의 중요한 오락물 중의 하나였다. 군주들은 새로운 작품의 위촉자이자 수용자였을 뿐만 아니라 공연의 형성자이기도 했다.

18세기 말엽 오스트리아 빈은 온갖 수준의 음악회와 살롱 모임이 존재했으며, 여기에서는 직업 음악가와 아마추어가 함께 연주했다. 특히 살롱은 귀족과 부르주아계급이 만나서 교류하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했다. 딜레탕트(dilettante)로 불렸던 당시 아마추어 음악가들은 대중 앞에서 연주할 수준의 연주 능력을 소유하였으며, 실내악의 열렬한 후원자였다. 베토벤이 실내악을 많이 쓴 것은 이 때문이기도 했다. 19세기 이전에 현악 4중주와 같은 실내 기악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곳은 살롱밖에 없었다. 작곡가들은 후원자들이 연주하도록 할 목적으로 작곡하기도 했다.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의 메디치가문은 한 가문이 한 시대를 문화의 전성기로, 한 도시를 문화의 중심지로 만든 예다.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브루넬레스키, 갈릴레오 갈릴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등 당대의 위대한 예술가들이 메디치가문의 후원을 받았다. 그들은 메디치가문의 전속학자이자 예술가였다. 피렌체는 메디치가문에 의해 르네상스시대 유럽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다. 조선 초기의 대표적인 화가인 안견이 몽유도원도 등의 작품을 창작하게 된 것도 세종대왕시대 안평대군의 후원이 있었다.

후원자들의 주문과 취향은 당시 전개되는 작품 경향과 공연의 유형, 프로그램의 성격을 규정하는 역할을 하였다. 후원자들은 단순히 예술가에 대한 경제적 후원만을 한 것이 아닌 그 시대의 문화예술의 경향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기도 한 것이다. 문화는 후원에 의해 가꾸어지고 꽃피운다. 후원이 풍부했던 시대에 문화가 풍요로워졌다. 대전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환경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많은 문화 후원자들의 존재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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