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아끼기·나무 한그루 심기
사소한 실천이 '푸른미래' 가꿔
▲ 하영효 산림청 차장 |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인간 뿐 아니라 지구도 계속 받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산업혁명은 끊임없는 번영을 가져다 주고 냉전 종식은 곧 평화를 안겨다 줄 것으로 믿었던 인류에게 닥친 가치관 혼란과 국경을 뛰어넘는 환경문제는 실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환경과 이웃,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를 생각하도록 했다.
리우환경협약, 생물다양성, 사막화 방지 등 지구환경 논의가 시작됐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설정되기에 이르렀다. 인류 역사에서 환경문제를 놓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앉는다는 자체가 대단한 결정이다.
FAO(세계식량농업기구)는 21세기의 지난 10년을 중국과 아마존의 대대적 조림과 벌채 감소로 세계 산림감소율이 최초로 줄어든 시기로 평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생물종 감소, 기후변화, 사막화 등 지구환경 위기를 막아내는 산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에서 비롯됐다.
인류를 만시지탄(晩時之歎) 상황에서 구해 낼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UN은 올해를 '세계 산림의 해'로 지정했다. 이 또한 인류 삶과 지구환경에서 산림의 중요성을 반영한 결정이다.
'인류를 위한 산림'을 세계 산림의 해 테마로 삼아 산림이 주는 다양한 혜택과 소중함을 널리 알리는 한편, 지속가능한 산림경영(SFM, sustainable forest management)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전 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로 산림이 논의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UN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16억 인구가 매일 산림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으며 6000만명에게는 산림이 말 그대로 먹고 자는 집이다. OECD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빈곤과 산림의 문제가 먼 이야기 같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산림과 빈곤이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콩고 등의 소수 집단이나 부족민들에게 산림은 없어서는 안될 식량원이자 삶터다. 치산녹화 성공과 경제성장의 경험을 전세계와 나눠야 한다. 산림과 환경을 논하는 우리의 시야가 국내에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아프리카 조림활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왕가리 마타히는 2004년 노벨평화상 수락연설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 물심부름을 하러 집옆 개천에 자주 갔었다. 그 물을 그대로 마시기도 했는데 아주 맑은 물속에서 까맣고 활기넘치게 헤엄치는 올챙이들을 볼 수 있었다. 이게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세상이다.
50년이 지난 오늘 그 물은 말라버렸고 여자들은 깨끗하지 않은 물을 뜨려고 먼 거리를 걸어야 한다. 우리 어린이들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결코 모를 것이다. 우리는 올챙이의 보금자리를 다시 만들어 주고 어린이에게 아름다움과 경이의 세계를 돌려줘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아름다움과 경이의 세계를 보여줘야 하는 어린이는 케냐의 어린이만이 아니라 미래세대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다. 지구적으로 생각할 때, 미래세대를 생각할 때 주변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종이를 아끼는 데서부터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아끼고 보호하는 것 등 사소한 실천이 아름다움과 경이의 세계를 물려주는 아주 큰 일을 해 내는 것이다.
2011년 세계 산림의 해가 우리 모두 지구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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