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햄키호테형 공무원이 답이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창기]햄키호테형 공무원이 답이다

[기고]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

  • 승인 2011-04-28 14:17
  • 신문게재 2011-04-29 20면
  • 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
▲ 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
▲ 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
지난 21일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시장과 주무과장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시나리오 없는 프리토킹'이라는 정책대화를 가졌다. 물론 처음 타이틀은 '넥타이 풀고 가슴은 열고'였다.

그런데 너무 감상적 표현이어서 인지 채택이 되지는 못했지만 첫 의도는 권위를 벗어 던지고 진정성있는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것 같았다. 물론 권위주의문화에 익숙한 관료사회에서는 파격적인 자리였던 만큼 아랫사람들이 쉽게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동안 관료사회에 일방적 소통(communication)은 있어 왔지만 대화(conversation)는 없었던 터라 협력(collaboration)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었다. 그런 점에서 시장 스스로 권위를 버리고 진솔하게 자신의 행정철학을 설명하고 현안과제에 대한 시장의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책집행과정에서의 혼란을 줄이고 협력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시장은 첫째, 행정은 시민을 편하게 해줘야 하고 그런 면에서 쟁점을 확대재생산해서 시민을 불안하게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고대 중국의 요임금이 성군이었던 이유는 백성이 정부의 존재를 잊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예시했다. 둘째, 행정은 현실과의 조화를 꾀하면서 미래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는 미래세대의 것이어서 환경보호가 매우 중요하나 그렇다고 동시대인들의 희생이 과중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셋째는 큰 그림 못지않게 작은 부분에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산이 큰 사회개혁을 꾀하면서도 백성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작은 일에 매달린 것이 바로 그것이다. 넷째는 상식과 순리를 존중하는 행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정책은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물 흐르는 대로 따르는 것이 최고의 선이라는 이치를 말함이다.

어쨌든 이 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그 철학을 공유하려고 노력했는지는 몰라도 행정을 수행함에 있어서 철학이 그 바탕에 깔려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정은 관리하는 것에 불과하고 심지어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정신 줄을 놓지 않아야 하듯 공무원은 행정을 수행함에 있어서 공직가치를 견지해야 한다. 공직가치란 공무원들이 공직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또 어떻게 그들이 공공서비스 제공에 기여해야 할 지, 어떤 공직자가 돼야 할 지 지침을 제공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때마침 대전시 인재개발원에선 대전공무원들의 핵심가치를 발굴하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시민들은 대전공무원들의 일하는 모습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였다. 우리나라 공무원 대부분이 합법성 위주의 감사관행 때문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꺼리지만 특히 대전공무원들은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더 꺼리는 편이라고 말해줬다. 그 이유를 묻기에 대전 사람들은 본래 남의 일에 관여하기를 싫어하는 대신, 남이 나에 대해 관여하는 것도 싫어하는 기질에서 비롯된 듯 하다고 나름대로 평가해 줬다. 괜히 앞서면 잘난 체 한다고 견제당하고 뒤처지면 자존심 상하니 중간만 따라 가겠다는 의식이 바탕에 폭넓게 깔려 있다. 그래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대전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참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도 대전이 이처럼 성장한 이면에는 공무원들의 어떤 경쟁력이 작용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이었다. 필자는 대전 공무원들의 창의적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응답해 줬다. 아마도 필자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광역시로 분리된 지 10년 쯤 지나서 부터 단체장의 권한이 아래로 위임되면서 자율성이 확대되고 초기에는 혼란을 겪더니 서서히 창의적 조직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본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은 꺼리지만 주어진 업무에 대한 창의적 처리로 대전시의 경쟁력이 위력을 발휘했던 것 같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앞으로 대전 시민들이 공무원들에게 어떤 모습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전문성과 열정이라고 힘주어 말을 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공무원은 해당업무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으로부터 봉급을 받는 공복으로서 열정을 다바쳐 일하는 모습에 시민들은 힘찬 박수를 보낼 것이다.

대표적인 인간모형에 적용해 생각(thinking)만 열심히 하는 공무원을 '햄릿형'공무원이라고 한다면 생각은 차치하고 바로 행동(doing)으로 옮기는 공무원을 '돈키호테형'공무원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대전 공무원들은 생각은 많이 하는 편이었으나 행동이 부족했던 만큼 이제 생각하고 행동하는 햄키호테(hamquixote)형 공무원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2.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