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이번 재보궐 선거 과정을 투표에서 개표까지 지켜보면서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려는 속 좁은 의도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당을 편들 생각도 없다. 다만 정치개혁의 가능성과 그 역할을 담당할 주인공을 본 것 같아 좋을 뿐이다.
우선 투표율과 유권자들의 투표참여 내용을 보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 전국 38개 선거구에서 치른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은 39.5%로 역대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분당을 투표율은 49.1%로 18대 총선 수치인 45.2%를 훌쩍 넘겼고 강원도지사 투표율도 47.5%에 달하였다. 총선 때처럼 투표하라고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놀라운 변화다. 민주주의가 일정부분 자기희생과 수고를 담보하여 지켜지고 성장해 가는 것이라는 역사적 교훈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유권자들도 자신들의 권익과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서 한 표 행사가 갖는 의미를 자각한 것이 아닐까하는 성급한 생각도 해본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20대부터 40대까지의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참여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특히 넥타이부대들이 출근길에 또는 퇴근하면서 투표장에 들러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는 모습인가. 그들로 하여금 움직이도록 만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여당이든 야당이든 고민해야 할 숙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우리는 1997년과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투표를 통한 여야 정권교체라는 소중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정권교체는 물론이고 조그마한 정치적 변화 조차도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같은 두려움을 갖게 한 원인 중에는 불안정했던 근대정치사도 한 몫 했을 것이지만, 현재 진행형인 사실은 제도권정치를 기반으로 하여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소수정치 세력의 역할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보수라는 장막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의 영향력이 특정 세대에게는 여전히 막강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세력은 보수뿐만 아니라 진보 쪽에도 실재한다.
30~40대의 넥타이 부대를 투표장으로 이끈 것은 바로 트위터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우리사회가 스마트폰 1000만인 시대를 훌쩍 넘은지 오래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위터를 이용한 정치활동에 관한 법과 제도는 미흡하다. 정치권에서는 신속하게 트위터를 통한 정치활동으로 인한 혼란이 없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 주어야 한다. 이번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정치참여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젊은 유권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선관위가 보여준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다. 몇몇 선거구에서 보여준 불법 탈법 선거운동사례에 대한 애매하고 비일관적인 선관위의 대응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한 유권자에게 도서상품권을 주거나 영화 관람료 할인행사는 하면서도 야당의 투표권장 홍보활동이나 유인물은 선거법위반을 들먹이며 제지하는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40대까지의 젊은 유권자들의 과거를 보면 우리 정치의 나아갈 길이 보인다. 그들은 2002년 월드컵대회기간 동안 거리응원을 경험하였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와 2008년 미국광우병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 참가했거나 지켜본 이들이다. 그들은 결집된 국민의 힘과 위력을 체험한 이들이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며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북돋아 주어야 한다.
링컨은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선거는 총알만큼 효과가 직접적이지 않다. 투표 한번 했다고 세상이 확 바뀌지 않는다. 계속 지속적으로 선거에 참여할 때 변화는 현실이 된다. 자 이제 유권자들은 그들을 지켜보면서 느긋하게 내년 총선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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