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겸훈]이보다 좋을 순 없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겸훈]이보다 좋을 순 없다

[중도프리즘]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승인 2011-04-28 14:06
  • 신문게재 2011-04-29 21면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망했다. 보궐선거 결과가 현실로 확인되는 순간 여당의 당직자들이 내 뱉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그 심정 이해가 간다. 언제까지나 든든한 정치적 후원자로 남아줄 것으로 믿어왔던 분당을 유권자들로부터 버림을 받았으니 말이다. 강원도는 어떤가. 후보에 대한 인지도나 그 간의 강원도 유권자들이 보여준 투표성향을 보더라도 자신들이 내세운 엄기영 후보가 낙승할 것으로 자신했다가 좀 추하게 고배를 마셨으니 말이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이번 재보궐 선거 과정을 투표에서 개표까지 지켜보면서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려는 속 좁은 의도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당을 편들 생각도 없다. 다만 정치개혁의 가능성과 그 역할을 담당할 주인공을 본 것 같아 좋을 뿐이다.

우선 투표율과 유권자들의 투표참여 내용을 보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 전국 38개 선거구에서 치른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은 39.5%로 역대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분당을 투표율은 49.1%로 18대 총선 수치인 45.2%를 훌쩍 넘겼고 강원도지사 투표율도 47.5%에 달하였다. 총선 때처럼 투표하라고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놀라운 변화다. 민주주의가 일정부분 자기희생과 수고를 담보하여 지켜지고 성장해 가는 것이라는 역사적 교훈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유권자들도 자신들의 권익과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서 한 표 행사가 갖는 의미를 자각한 것이 아닐까하는 성급한 생각도 해본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20대부터 40대까지의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참여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특히 넥타이부대들이 출근길에 또는 퇴근하면서 투표장에 들러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는 모습인가. 그들로 하여금 움직이도록 만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여당이든 야당이든 고민해야 할 숙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우리는 1997년과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투표를 통한 여야 정권교체라는 소중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정권교체는 물론이고 조그마한 정치적 변화 조차도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같은 두려움을 갖게 한 원인 중에는 불안정했던 근대정치사도 한 몫 했을 것이지만, 현재 진행형인 사실은 제도권정치를 기반으로 하여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소수정치 세력의 역할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보수라는 장막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의 영향력이 특정 세대에게는 여전히 막강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세력은 보수뿐만 아니라 진보 쪽에도 실재한다.

30~40대의 넥타이 부대를 투표장으로 이끈 것은 바로 트위터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우리사회가 스마트폰 1000만인 시대를 훌쩍 넘은지 오래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위터를 이용한 정치활동에 관한 법과 제도는 미흡하다. 정치권에서는 신속하게 트위터를 통한 정치활동으로 인한 혼란이 없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 주어야 한다. 이번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정치참여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젊은 유권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선관위가 보여준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다. 몇몇 선거구에서 보여준 불법 탈법 선거운동사례에 대한 애매하고 비일관적인 선관위의 대응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한 유권자에게 도서상품권을 주거나 영화 관람료 할인행사는 하면서도 야당의 투표권장 홍보활동이나 유인물은 선거법위반을 들먹이며 제지하는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40대까지의 젊은 유권자들의 과거를 보면 우리 정치의 나아갈 길이 보인다. 그들은 2002년 월드컵대회기간 동안 거리응원을 경험하였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와 2008년 미국광우병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 참가했거나 지켜본 이들이다. 그들은 결집된 국민의 힘과 위력을 체험한 이들이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며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북돋아 주어야 한다.

링컨은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선거는 총알만큼 효과가 직접적이지 않다. 투표 한번 했다고 세상이 확 바뀌지 않는다. 계속 지속적으로 선거에 참여할 때 변화는 현실이 된다. 자 이제 유권자들은 그들을 지켜보면서 느긋하게 내년 총선을 준비하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2.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