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영]9988, 상생과 공유의 합창이 메아리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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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영]9988, 상생과 공유의 합창이 메아리치도록

[시론]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 전 국무총리 공보실장

  • 승인 2011-04-27 16:08
  • 신문게재 2011-04-28 21면
  • 김창영 前 국무총리실 공보실장김창영 前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 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 전 국무총리 공보실장
▲ 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 전 국무총리 공보실장
지난 연말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돈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대까지 중소기업 직원의 연봉보다도 많은 돈을 보너스로 받아든 직원들은 희희낙락했지요. 10대 재벌은 자본금의 12배가 넘는 이익금을 곳간에 쌓아놓고 있을 정도로 돈이 넘쳐납니다. 주요 대기업들은 올 1분기에도 기록적인 순이익을 내고 1300억 달러가 넘는 수출실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멀쩡한 청년들이 극심한 실업난을 겪고 있고, 가계부채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고 원자재 값은 뛰는데 납품단가는 매년 깎여 일만 늘고 실속은 없다고 호소하는 중소기업이 한둘이 아닙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만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것이 아닙니다. 종합소득세를 분석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상위 20%의 1인당 소득은 1999년 대략 6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하위 20%는 306만원에서 200만원 미만으로 오히려 쪼그라들었습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독점하는 최악의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까지 온 것입니다.

5000만 국민이 젖먹이의 돌 반지까지 바쳐가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지만, 그 과실은 몇몇 대기업과 수출기업에만 편중되어 사회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것이 일반적 공론입니다. 이것이 세계 10위권 경제국, 21세기 대한민국의 두 얼굴입니다.

극심한 소득불균형이 전 세계를 휩쓴 1928년 대공황과 2008년 경제위기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은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UC 버클리대 교수만의 견해가 아닙니다. “금융위기에서 우리가 배우는 게 있다면, '시장이 스스로 규제한다'는 믿음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하는 점”이라는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프린스턴대 교수의 진단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압축성장의 그늘이 그 빛만큼이나 길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유층과 서민층 사이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은 북핵 문제와 함께, 오늘날 우리나라가 직면한 양대 현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호 협력과 상생을 통해 대 ·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이익을 공유하여 지속적 경제성장의 토대를 구축해야 합니다. 동반성장 · 균형성장은 21세기 대한민국 성장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이윤을 공동창출한 기업끼리의 이익공유는 자본주의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핵심요소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고질적 갑을관계를 청산하고 한 배에 탄 협력업체부터 상생과 공유를 실천해야 궁극적으로 좌와 우의 이념대립 · 동과 서의 지역갈등 · 남과 북의 체제대결을 극복할 디딤돌도 우리 손으로 놓을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수의 99%를 차지하고, 고용과 생산은 88%를 담당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핵입니다. '9988'이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건배구호를 넘어, 중소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대기업도 살 수 있다는 상생과 공유의 합창으로 우리 사회에 메아리쳐야 합니다.

상생과 공유는 시혜나 자선이 아닙니다. 존경받는 부를 만들어 자본주의를 키우는 튼튼한 뿌리입니다. 윗목까지 따뜻한 국민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터전입니다.

어둡고 좁은 샛길을 버리고 상생과 공유의 대도(大道)로 나아가야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 세계시장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재벌그룹의 사주부터 획기적인 인식과 발상을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형제간에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좋은 형제'라는 미담도 전해오고 있습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합니다. 백지장도 맞드는 자세로 상생과 번영의 공동체를 앞당기고,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이룩하는 데 너와 내가 다른 계산을 하고 딴 길로 가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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