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호]가장 아름다운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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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가장 아름다운 양보

[기고]최영호 대전중부소방서 현장지휘대장

  • 승인 2011-04-27 15:18
  • 신문게재 2011-04-28 20면
  • 최영호  대전중부소방서 현장지휘대장최영호 대전중부소방서 현장지휘대장
▲ 최영호  대전중부소방서 현장지휘대장
▲ 최영호 대전중부소방서 현장지휘대장
화재출동! 출동지령이다. 출동해서 얼마 못가서 꽉 막힌 도로. 소방차는 꼼짝못하고 도로상에 사이렌만 요란스레 울리지만 좀처럼 가지 못한다. 또 다른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한 중앙선을 침범하며 출동 한다. 교차로에 차량정체로 앞에 있는 차량들로 시야가 가려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들과 충돌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다. 소방차를 보고도 자기신호라고 들이댄다.

소방관의 가슴은 타들어 간다. 마이크와 확성기로 외치고 지시봉을 연신 흔들면서 비켜달라고 외쳐도 어느 운전자하나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화재 등 긴급출동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른다. 피말리는 시간과의 전쟁이다. 신고한 사람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작년 한 해 동안 대전에서 발생한 화재는 1438건, 119구조대의 인명구조건수는 7443건, 119구급대의 응급환자의 응급처치 후 이송은 9825건을 처리했다. 하루 평균 52건의 긴급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몇 해 전 소방업무 연찬 일환으로 유럽의 몇 나라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 소방차가 화재 출동하는 현장을 모습을 봤는데 정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편도 2차선도로상에서 1차선으로 출동 중이었는데 모든 차량이 기다렸다는 듯이 마치 카드섹션하는 것처럼 바닷길이 열리는 모양처럼 도로 가장자리로 피양해 주었으며, 빨간색 정지신호인데도 소방차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려고 제 차량이 물 흐르듯 움직였고 녹색신호를 받은 차량들과 보행자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것이었다. 경찰관도 없었다, 소리치는 소방관도 없었다.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같이있던 시민들이 그야말로 소방차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양보였다.

화재 등 현장으로 긴급 출동하는 소방차는 초를 다투며 출동한다. 화재는 5분이 경과하면 연소확산속도 및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하고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의 옥내진입이 곤란 하므로 현장에 5분 이내에 도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응급환자에게도 최초 4~6분이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고 해서 심정지 등 호흡곤란 환자는 4~6분 이내에 응급처치를 받지 못할 경우 뇌손상이 시작되어 소생률이 크게 떨어진다. 5분 이내에 재난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소방차 통행로가 확보돼 있어야 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소방차의 출동이 지연되면 귀중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증가시키고 소방관들의 심적 긴장감과 부담감을 가중시키기 마련이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소방차 출동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긴급출동을 해도 내 갈길 가는 운전자들과 주택가 이면도로 및 상가밀집지역 주변의 불법 주ㆍ정차, 아파트 단지 내 소방차활동 공간 확보 없이 무질서한 주차 등은 날로 심각한 수준이어서 화재 등 긴급 상황 시 소방차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

'소방출동로는 생명로'라는 말이 있다. 외국의 경우 긴급차량 출동을 위한 Fire-Lane(미국) 및 교통신호제어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출동차량의 지휘관이 방송 및 수신호로 양보를 요청하고 있다. 앞으로 긴급차량 통행을 위한 교통신호체계 및 시스템 보완 등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민 개개인의 의식변화가 가장 절실하다.

최근 뉴스에 소방차·구급차 막으면 차주(車主)에 과태료(승용차 5만원·승합차 6만원 이상)를 물리는 '긴급 자동차에 대한 우선 통행' 등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이르면 연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재 초동진압·환자생명 구조에 필요한 초기 4~6분의 '골든타임(golden time)'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1초가 급한 현장에서 이러한 장애요소 등으로 재난현장에 소방차 도착이 늦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와 가족, 이웃 등 우리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인식하고 소방출동로 확보에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면 선진 시민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자신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아름다운 일이다. 소방통로를 확보하는 것은 모두에 대한 배려이자 우리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다. 소방통로 확보가 곧 내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소중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아름다운 양보정신으로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에 다함께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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