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훈 전 CBS상무, 중문노인복지센터장 |
국내 정유사들이 지난 7일부터 기름 값을 100원씩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혜택이 소비자가격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 소비자시민모임이 4월 1주부터 2주까지 기름 값을 분석한 결과 정유4사 기름 값 할인 조치 이후 ℓ당 평균인하 금액은 25원에 그쳤고 기름 값을 100원 내린 주유소는(SK제외) 1.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필자가 이용하는 주유소는 20원을 내렸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처음엔 '보관중인 휘발유가 값을 내리기 전에 인수한 것이라서'라고 하더니 다음엔 '원래 기름 값을 더 올려야 했는데 못 올리다가 정유사 가격인하를 계기로 정상화 한 것'이라고 했다. 정직하지 못하다. 작년 10월 이후 26주 동안 기름 값이 계속 오르기만 했는데 그 때 저장하고 있던 기름은 오르기 전에 인수한 것인데 싸게 팔지 않았으니 상당한 이익이 있었을 것이다. 오를 때는 즉각 올리고 내릴 때는 그런 이유를 대는 것이 너무 뻔뻔하다. 두 번째 이유도 그 주유소가 기름 값을 계속 올려왔으니까 정직하지 못한 대답이다.
정직하지 못하기는 정치인도 가관이다. 최근 강원도지사 선거운동 중 한나라당은 강릉 경포의 한 펜션을 임대하고 전화 홍보원들을 모집해 불법 선거운동을 벌이다가 적발되었다. 경찰 조사는 이들에게 일당을 지급하기로 하고, 후보 지지를 부탁하는 문자메시지 발송과 전화로 지지를 호소하는 불법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 했는데, 당대변인이라는 사람은 자원봉사자들이라고 한다. 또 민주당 후보는 모 방송사의 여론조사 결과 1%내 초 접전이라는 거짓 문자를 대량 발송했다. 모두 정직하지 못하다. 문득 영국의 담뱃가게 주인과 비교되면서 자신과 집단의 이익 앞에서 너무 쉽게 정직을 포기하는 우리 사회를 염려하게 된다.
성서에는 '아나니아'와 '삽비라'라는 부부가 등장한다. 재산을 팔아 공동체에 기부하는데, 일부만 가지고 와서 전부라고 거짓말을 한다. 먼저 남편이 거짓말을 하고 즉사하는 벌을 받았는데 뒤 늦게 온 부인도 똑같이 거짓말을 하다가 똑같이 즉사하는 벌을 받았다. 거짓말의 결과는 파멸임을 가르쳐주는 이야기다.
성서가 아니더라도 얼마 전 거짓으로 '쥐식빵 사건'을 조작했던 제과점 주인은 사업도 망하고, 구속까지 되었고, 수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에도 시달리는 파멸의 길을 가게 되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정직하지 못하면 파멸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정직에 관해 가정교육을 받았고, 학교에서 도덕과목을 통해 '정직은 사회를 맑고 밝게 만드는 원동력이며 정직만큼 훌륭한 자산은 없다'고 철저하게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도 우리사회는 정직과 거리가 멀다. 정직한 사회는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다.
정직한 사회는 소수일지라도 실천하는 리더들이 있으면 가능하다. 토인비는 “인류문화를 한 단계 높이는 사람도, 문명권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도 소수의 창의력이 있는 사람들”의 존재 여부에 달렸다고 했다. 뚜렷한 신념을 갖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소수가 있으면 확산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5월이 다가온다. 연녹색 아름다운 새싹이 강산에 퍼지듯,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사회 곳곳에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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