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터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에서부터 현대캐피탈 해킹과 농협 전산 마비에 이르기까지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 영업정지 하루 전 이른바, ‘VIP 특혜 인출’을 사실상 방조한데다, 전·현직 직원들이 금품비리로 구속되는 등 비도덕적 행태가 잇따르면서 금감원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전·현직 직원 비리 혐의=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벌써 5명의 금감원 전·현직 직원들이 체포, 구속되면서 금감원이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고 있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지난 25일 보해 저축은행 관리·감독 과정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금융감독원 2급 검사역 정모씨를 체포했다.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4000만원의 대가성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다.
같은 날, 서울남부지검도 금감원 4급 선임조사역 황모씨와 전 금감원 직원 조모씨를 돈을 받고 부실기업의 유상증자를 허가해준 혐의로 구속했다. 돈을 건넨 전 금감원 직원 김모씨도 구속됐다.
▲저축은행 특혜 인출 방조 의혹=대전저축은행의 영업정지 하루 전인 지난 2월 16일 오후 4시∼자정까지 모두 57억9700만원이 인출됐다. 15일 같은 시간대의 8억1600만원보다 7배 정도 많은 금액이다.
대전저축은행의 모기업인 부산저축은행 본점과 지점에서도 164억원의 예금이 인출됐다. 평소 영업외 시간 인출 금액이 20여억원이란 점을 고려할 때, 친인척이나 소위 ‘힘있는’ 고객에게 140여억원을 인출해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시, 금감원에서 파견된 3명의 감독관이 현장에 있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잇따른 대형 사고 ‘나 몰라라’=저축은행 영업정지와 현대캐피탈 해킹, 사상 초유의 농협 전산 마비 등 대형 금융사고는 금감원의 도덕적 해이와도 무관치 않다는 게 금융권의 시선이다.
우선, 대전저축은행과 부산저축은행 등의 무리한 부동산 PF 대출 사업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책임론에서 금감원은 자유로울 수 없다.
이어 터진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과 여진이 계속되는 농협 전산 마비 사태는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는 것도 금감원의 직무유기로 보는 시선이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때만 되면, 우리는 물론 다른 은행이나 금융권 전체를 옥죄면서, 뒤늦은 사태 수습은 그렇다 하더라도 내부 조직 단속은 안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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