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에너지절감 '히트펌프' 대안
▲ 정훈 KEPCO 전력연 책임연구원 |
심야전력은 전력예비율이 큰 야간에 원가 이하의 저렴한 요금을 책정함으로써 전력공급의 균형을 이루어 경제성을 향상시키고자 마련된 제도였지만 2000년 이후 크게 상승하는 난방용 연료비 때문에 저렴한 심야전력 수요자가 급증한 반면, 심야전기요금 인상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여 오히려 한겨울 야간에 전력수요의 피크가 발생하면서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지속적인 발전연료의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민생활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큰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콩 값이 올랐는데도 두부 값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으로 전력회사에서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1차 에너지를 이용한 직접난방 비용보다 프리미엄 에너지로서 2차 에너지인 전기를 이용한 난방비용이 더 저렴한 현재의 기형적 요금구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모순은 올해부터 시행 예정인 전기요금의 연료비연동제를 통하여 약간은 해소될 수 있으나 원가의 65%에 불과한 현재의 판매가격으로는 여전히 갈 길이 멀고, 그렇다고 심야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한 대폭 인상으로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도 곤란하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고자 KEPCO 전력연구원에서 작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것이 '심야보일러 대체 히트펌프 개발'이다.
히트펌프는 동일한 열량을 발생하는 기존 전기히터에 비해 3분의1 정도의 전력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난방용으로 대단히 효과적인 설비이며 단위기기로서는 에너지 절감과 저감에 가장 효과가 있는 기기이나, 그 가격과 외부 온도에 따른 성능의 편차 그리고 공간난방 위주의 기능으로 인해 주택용이 아닌 산업용으로 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히트펌프에 대한 홍보 및 인식 부족으로, 세계 4위의 히트펌프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 국가들에 비해 보급이 매우 낮은 편이었으나 최근에 들어서 관련 기술의 발전과 적용의 확대로 보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심야보일러를 심야 히트펌프로 대체하게 되면 현재의 난방용 전력설비 용량을 50% 이하로 크게 낮출 수 있고 연간 62% 정도까지 전력 소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크게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전력소비 감소는 결과적으로 고객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을 줄이고, 전력 공급자 입장에서는 판매적자를 감소시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국가 총 저감효과까지 있어 그야말로 1석4조의 효과가 있는 대단히 좋은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심야보일러 대체용 히트펌프 보급에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전기히터에 비해 다소 높은 설비 가격과 축열용량 확보다. 열선과 차단기로 비교적 단순하게 이루어진 심야 전기보일러에 비해 정교한 압축기와 열교환기 그리고 제어회로 등이 어우러진 히트펌프는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90만대 가량 보급되어 있는 전기히터를 대체하기 위한 히트펌프의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설비가격을 고려한 경제성 검토 및 설치비 보조 등을 통한 보급지원 방안 등을 꾸준히 모색 중이다.
한편 히트펌프 사이클 및 축열방식 개선을 통한 축열용량 확보도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 해결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어, 히트펌프는 심야 피크전력 억제 및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절감과 함께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핵심적인 설비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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