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촉법' 따른 워크아웃 바람직
▲ 안기돈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더구나,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PF 대출이 총 25조원 규모로 35개 건설사가 직면한 것이 25조원의 50%가 넘는 13조8000억원이 2분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건설업체들이 지난해 거둬들인 현금으로는 이자비용의 절반도 부담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 현금흐름 지표가 나쁘게 나타난 것은 건설경기 침체로 영업이 부진한 이유다.
건설업의 영업활동의 현금흐름은 지난해 -164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산업계 평균 현금흐름이 61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건설업계가 어느정도 어려운지 쉽게 알 수 있다.
금융권과 건설업계 사이에 커지고 있는 불신은 이러한 건설사들의 어려운 영업활동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즉, 채권단은 '건설사는 경영권 유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난하고, 건설회사들은 '채권단이 경영 정상화에는 관심없고 자금 회수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반박하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정책실패는 이와 같은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다.
즉,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 저축은행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았는데, 2013년까지 저축은행 대출 가운데 PF 대출 비중이 20%를 넘을 수 없도록 한 것과 또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도 50% 내로 줄이기로 한 것이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책은 당연히 건설업계에 위기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건설사의 PF 대출 만기만 보더라도 올해 25조원이 되는 상황에서 당장 상당한 돈줄이 말라붙을 수 있기 때문에 위기감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당시 당국자는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지만 건설사의 위기에 대한 우려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강화와 함께 요즘 현실화되고 있다.
다행히 배드뱅크를 설립하기로 했고 건설업계와 금융권 모두가 바라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도 조속히 재입법해서 워크아웃 제도를 되살리고 했다.
일반적으로 법정관리보다는 워크아웃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낮출 수 있다.
법정관리는 통합도산법에 따라 법원이 진행하는 기업회생절차다.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져 부도위기에 몰리거나 부도를 낸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이 회생절차를 밟게 해주든가, 아니면 청산시키든가 결정하게 된다.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관련 법이 없을 때는 무용지물이다.
또한 워크아웃은 채권금융회사들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법원이 주요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법정관리와는 다르다.
워크아웃 여부는 채권금융회사의 75%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워크아웃이 효과적이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64개 기업의 워크아웃 개시부터 졸업까지 평균 소요기간을 보면 3년8개월에 불과한 반면 법정관리 등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에 소요된 기간은 평균 8~10년에 달하고 있다.
동해펄프가 10년 2개월, 대한통운은 7년 4개월이나 걸렸을 정도다.
그만큼 법정관리로 들어가면 조기 회생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워크아웃을 되살리면 건설사는 물론 납품 업체와 은행 모두 숨통을 틀 수 있다.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 여신과 납품업체에 지급할 어음 등 모든 채권,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하지만, 워크아웃의 경우 금융회사 채권만을 재조정하기 때문에 상거래채권이 동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납품 업체의 연쇄 도산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법정관리보다 훨씬 유리하다.
또한 워크아웃은 금융업계에도 법정관리보다 충당금을 적게 적립할 수 있고 금융업계 간 합의로 건설사의 조기 회생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기업 구조개선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기촉법 도입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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