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민규동 감독이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드라마를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당연히 드라마 그대로는 아니다. 드라마의 스토리를 뼈대로 삼되 TV화면을 스크린으로 키웠듯, 엄마이야기를 가족의 성장담으로 확장했다.
우아하지만 강인하고, 억척스럽지만 따뜻한 엄마와 치매에 걸려 어린아이가 돼버린 할머니를 축으로 일밖에 모르는 가장, 유부남과 아슬아슬 연애하는 딸, 컴퓨터 바탕화면을 여친 사진으로 도배한 삼수생 아들, 사고뭉치 외삼촌 부부 등 못 말리는 가족들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 상처 주는 우리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나문희의 인희가 배종옥의 인희로 젊어진 만큼 젊은 감각의 경쾌함을 적극 끌어들였다. 툭하면 사고치는 백수 역의 유준상과 엉뚱한 말을 해대는 서영희는 웃음을 뿌린다. ‘동이’의 단아함을 벗어던지고 도발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박하선, 철없는 아들 역의 류덕환은 젊은 감각으로 묵직한 영화의 무게를 십분 덜어낸다.
하지만 정말 슬프다. 화장실에서 “나 죽는 거야?”를 연발하며 피를 토하는 인희의 모습에서, 음식물 쓰레기 더미에서 개똥을 집어 먹는 치매 할머니, 그 할머니를 두고 갈 수 없어 목을 누르는 장면에서 눈물을 참기는 힘들다.
담담히 죽음을 준비하는 인희와 함께 아픔 속에 성장해가는 가족의 변화를 보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그래도 일밖에 모르던 무뚝뚝한 남편이 시한부 아내를 위해 아내가 원했던 새 집을 서둘러 완성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꽃으로 정원을 꾸며놓고는 눈물을 흘릴 때, 사고뭉치 백수 동생이 인희와 호두과자로 화해하는 장면에선 배우도 관객도 눈물을 흘린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울었다. 엄마가 보고 싶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지닌 배종옥 김갑수 김지영의 열연, 민규동 감독이 섬세한 감성으로 빚어낸 화면이 가슴 뻐근하다. 일주일 뒤면 가정의 달, 가족의 의미를 미리 새겨보는 것도 좋겠다.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