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언제 불러도 저릿한 이름, 엄마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언제 불러도 저릿한 이름, 엄마

세상에서 가장 슬픈 드라마, 영화로 감독: 민규동 출연: 배종옥, 김갑수, 김지영, 유준상

  • 승인 2011-04-21 15:28
  • 신문게재 2011-04-22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두 남매를 키우는 평범한 중년의 주부 인희. 불쑥불쑥 찾아오는 고통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어진 그는 병원을 찾고 말기 암 선고를 받는다. 담담히 죽음을 준비하는 인희와 함께 가족들도 아픔만큼 성장해간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1996년 겨울. MBC가 창사 특집극으로 방영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암 선고로 죽음을 앞둔 나문희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홀로 두고 갈 수 없어 목을 누르는 그 절절한 연기에 눈물을 참아낼 재간은 없었다.

민규동 감독이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드라마를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당연히 드라마 그대로는 아니다. 드라마의 스토리를 뼈대로 삼되 TV화면을 스크린으로 키웠듯, 엄마이야기를 가족의 성장담으로 확장했다.

우아하지만 강인하고, 억척스럽지만 따뜻한 엄마와 치매에 걸려 어린아이가 돼버린 할머니를 축으로 일밖에 모르는 가장, 유부남과 아슬아슬 연애하는 딸, 컴퓨터 바탕화면을 여친 사진으로 도배한 삼수생 아들, 사고뭉치 외삼촌 부부 등 못 말리는 가족들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 상처 주는 우리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나문희의 인희가 배종옥의 인희로 젊어진 만큼 젊은 감각의 경쾌함을 적극 끌어들였다. 툭하면 사고치는 백수 역의 유준상과 엉뚱한 말을 해대는 서영희는 웃음을 뿌린다. ‘동이’의 단아함을 벗어던지고 도발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박하선, 철없는 아들 역의 류덕환은 젊은 감각으로 묵직한 영화의 무게를 십분 덜어낸다.

하지만 정말 슬프다. 화장실에서 “나 죽는 거야?”를 연발하며 피를 토하는 인희의 모습에서, 음식물 쓰레기 더미에서 개똥을 집어 먹는 치매 할머니, 그 할머니를 두고 갈 수 없어 목을 누르는 장면에서 눈물을 참기는 힘들다.

담담히 죽음을 준비하는 인희와 함께 아픔 속에 성장해가는 가족의 변화를 보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그래도 일밖에 모르던 무뚝뚝한 남편이 시한부 아내를 위해 아내가 원했던 새 집을 서둘러 완성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꽃으로 정원을 꾸며놓고는 눈물을 흘릴 때, 사고뭉치 백수 동생이 인희와 호두과자로 화해하는 장면에선 배우도 관객도 눈물을 흘린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울었다. 엄마가 보고 싶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지닌 배종옥 김갑수 김지영의 열연, 민규동 감독이 섬세한 감성으로 빚어낸 화면이 가슴 뻐근하다. 일주일 뒤면 가정의 달, 가족의 의미를 미리 새겨보는 것도 좋겠다.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5.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