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
제우스는 최측근에서 자신을 보좌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자신에 대한 음해, 자신을 칭찬하는 이야기 등을 여과 없이 들려줄 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자신을 그림자처럼 보좌할 사람이라면 어떤 누구도 그 존재를 알아서는 안 된다. 단순하기로 유명한 제우스는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바로 실행에 옮긴다.
그래서 제우스는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지구를 지고 있는 거인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를 극비리에 끌어내 사랑을 나눈 다음 아들을 낳았다. 이 아들이 제우스의 보좌관 중에서 가장 떳떳하지 못한 신인 헤르메스다. 헤르메스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사람을 인도하면서 정탐하는 것이었다. 동네구석구석을 다니면서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뜻에 따라 전령 혹은 비서실장으로서의 역할을 아주 잘 수행했다. 이렇게 헤르메스는 사람을 정탐하여 이간질시키는 일을 하면서 제우스의 환심을 얻었다.
국가에서 벌이는 사업이 국책사업이다. 몇 해 전부터 많은 국책사업이 생기고 많은 정치인들은 공약사업으로 난발하기도 한다. 현 정부는 특히 우리 대전충청권 지역을 중심으로 한 먹음직한 국책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국책사업이 대전충청권에 돌아오지는 않았다. 세종시부터 건설을 마치고도 다시 원상 복귀시켜야 할 모노레일사업, 의료복합단지 등 모두가 우리 대전충청인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단어들이다.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과 함께 절대군주를 상징하는 루이 14세도 1666년 세계 최초로 '프랑스과학연구소'를 설립하여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과학의 중요성을 알고 '대덕연구단지'를 건설하였다. 우리나라 과학의 힘이나 발달은 세계 사람들이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다. 40년으로 400년을 따라잡은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한 것도 과학의 힘이라는 것과 그 과학적인 힘의 원천은 대덕연구단지이라는 것을 어떤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의 정국과 대전충청권을 뜨겁게 달구는 것이 바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다. 오늘날의 우리나라를 만든 것이 과학이고, 그 과학의 힘이 대덕연구단지라면 어떤 사람의 공약이기 전에 과학벨트는 대전충청권에 세워지는 것은 당위적인 사실이다. 그런데 그 과학벨트가 대전충청권으로 못 온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에 이어 여러 지역에 나누어 주겠다는 웃지 못 할 주장도 나오고 있다. 벨트를 나누면 어떻게 될까? 동남부권의 신공항이 백지화된 것은 공항을 나눌 수 없어서 일까? 벨트도 공항처럼 나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공항이나 벨트를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알 일을 왜 정치권에서 모르고 있을까? 여기에는 분명히 누군가가 헤르메스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약속이 생명인 정치인이 이런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일을 이렇게 사단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제우스는 자신의 의도에 따라 헤르메스를 만들었지만, 헤르메스가 힘을 가지면서 제우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곧은 정치인이라면 이간질의 대명사 헤르메스말만 듣지 말고 맑은 눈과 밝은 귀로 가슴을 열고 세상의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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