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호 충남교육청 감사담당관 |
청렴(淸廉)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이다. 먼저 청(淸)은 물 수(水)자와 푸를 청(靑)자가 합쳐진 글자다. 물(水)에 관한 고전이라면 단연 노자(子)의 도덕경이며 그 8장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구절이 있다. 최고의 선(善)은 부쟁(爭)과 겸손(謙遜)의 덕을 갖춘 물과 같다는 것이다. 물의 색깔은 본디 검다. 그런데 물이 푸른 것이 청(淸)이다. 물이 푸르게 보이는 것은 끊임없이 흐를 때만 가능하다. 쉼 없이 흘러 때와 먼지를 씻겨내듯이 '맑고 깨끗한' 것이 청(淸)이다. 다음 렴(廉)은 '검박(儉朴), 살피다'의 뜻이다. 주변을 살피면서 소박함을 지켜내는 것이다. 하지만 '원만하지 못함, 구석'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어 청렴실천이 쉽지 않음을 한자의 의미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청백리는 드물었으며 여전히 존경의 대상이다.
청렴의 상대어는 부패(腐敗)다. 부패는 '썩어 헐어진 것'이다. 고약한 악취를 풍긴다. 공직자의 부패는 금품이나 향응에 의해 공도를 잃고 공정하지 못한 업무처리를 하는 것이다. 이를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첫째 경제교란행위다. '경제'는 '화폐를 매개로한 각종 재화와 용역의 수수'다. 돈의 흐름은 정당한 대가와 보상이어야 하지만 부패행위는 정상적인 흐름을 왜곡시킨다. 불로소득이나 지하경제의 검은 돈도 문제지만 부패에 관련된 돈의 흐름은 더 심각한 경제교란행위다.
둘째 사회공익의 감소다. 성현들은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를 염원하면서 어느 것이 유익이 되고 손해가 되는 지를 고심하였다. 역경(易經)에 이익과 손해에 대한 명징한 답이 있다. 힘과 권한, 부를 가진 자들이 스스로 있는 것들을 덜어내 힘없고 가난한 자에게 보태주는 것(損上益下)이 이익이며 반대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것들을 덜어내 힘 있는 사람들에게 보태주는 것(損下益上)이 손해라는 것이다. 부패행위는 권력 있고 힘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안겨준다.
셋째로 부패행위는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감시하고 단속·처벌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다. 부패한 나라일수록 부패를 차단하기 위한 관련 법령이 즐비하고 관련 기구와 인력이 과다하다. 지난해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협의가 이루어진 것은 잘 알지만 '반부패 행동계획'의 채택에 대해서는 생소할 것이다. 높아진 위상에 걸맞는 책임국가로서 올해 프랑스 G20회의에 반부패활동을 전 세계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TI(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청렴도평가에서 조사대상 178개국 중 39위에 그치고 있다. 30개 OECD국가 중 22위에 불과하다.
21세기는 정체의 시대다. 성장과 발전만을 희구했던 우리에게 예상치 못했던 각종 정체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구와 경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정체되고 범죄가 만연하고 각종 질병이 창궐하고 있다. 이런 부패와 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답을 동양적 사고에서 찾고자 한다. 유학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의 학문이다. 스스로를 갈고 닦아 바른 품성을 갖추고 그 향기를 품어내 바른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경세치학이다. 맹자는 차마 그리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을 바탕으로 인간이 갖출 4단(인의예지)을 말했다. 동중서는 신(信)을 붙여 5상(常)이라고 ?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법이 충남교육청에서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바른 품성 5운동'이다.
'빠르게 변모하는 세상에 영민하게 대처하는 기법을 가르치기에도 부족할 텐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바른 품성 5운동'이 오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요체다. 인(惻隱之心)의 봉사하기, 의(羞惡之心)의 질서지키기, 예(辭讓之心)의 공경하기, 지(是非之心)의 칭찬하기, 신(미더움)의 나라사랑하기 이것이 시작이며 끝이다. 모두가 바른 품성 5운동을 실천, 확산시켜 나간다면 바른 세상, 청렴한 세상은 저절로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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