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물론 밥을 굶는 사람이 없어졌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을 만큼 잘 살게 되었으며, 짧은 기간의 놀라운 경제 부흥은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살 정도가 되었으니 가히 성공적인 번영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울을 통해 비치는 우리 사회 모습을 보자. 경제적 발전으로 인해 외형적인 면에서는 수십 배, 수백 배의 성장을 거듭해 온 것은 사실이다. 1960~70년대 대전천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살던 대전만 봐도 참으로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경제규모와 그에 따른 외형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풍요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에서 빛 가운데 드리워진 깊은 그늘이 있음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풍요로운 사회 속에서 여전히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지하철역마다 노숙자들이 밤늦게 잠을 청하는 모습도 그리 낯설지 않다. 그처럼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직장이 없어 방황하는 많은 실업자들이 있고, 청년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경제발전을 이끌어 왔던 기성세대에 이르기까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모습이 아닌가. 이러한 모습은 분명 경제발전이 결코 우리에게 풍요와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2010년 기준 1인당 2만579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는 2243만원(환율 1090원으로 환산)이다. 4인 가족 기준 1세대의 연간수입이 8972만원이며, 이렇게 보면 1가구 당 매월 벌어들인 돈이 747만원인 셈이다. 올 초 민주노총에서 발표한 4인 가족의 평균생계비는 505만원인데,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생계비에 비해 우리 국민소득은 무려 250만원 이상 더 많은 것이다.
이처럼 숫자적으로만 볼 때에 우리나라에 가난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실업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두려워하는 것도 이상하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500만원은 일반사람에게 골고루 나누고 나머지 250만원 정도는 노력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러한 논리가 그럴듯하게 보이는 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놀고먹는 사람에게 열심히 돈을 번 사람들이 벌어서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점이리라. 더욱이나 이러한 숫자만으로 세상을 단순화한다는 것은 오류가 있으며 어리석은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적어도 우리 국민들이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벌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나 국민은 모두 한 목소리로 내는 것이 있다. 아직도 우리는 좀 더 경제발전을 해야 하고 국민소득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소득은 세계에서 겨우 40위 정도이기 때문에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 적어도 제발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 국민들에게 참아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국가가, 우리사회가 노력해야 할 것은 바로 경제발전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그리고 그로 인하여 발생할 사회불안이며 바로 그 점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지금의 이 모습은 기성세대가 꿈을 꾸었던 풍요롭고 행복한 사회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기성세대가 꿈꾸었던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도래하였음에도 여전히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미래만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경제발전이 아니라 바로 마음의 풍요, 돈이 있는 사람이 그 집의 곡간이 곡식이 쌓여있는 것을 보고 즐거워 할 것이 아니고 곡간 문을 열고 곡간 속에 쌓여있는 곡식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기쁨을 누리는 마음의 풍요, 바로 이것이라고. 진정한 부자란 실제 돈이 많아서 부자가 아니라 마음이 풍성하기 때문에 부자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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