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 연세소아과병원장 |
금산에는 1000만㎡ 이상 넓이의 야산에 봄에 피는 꽃만 집중적으로 서식하는 산안동산이 있다. 애초에는 생태학자들에 의해 야생 산벚꽃이 가장 많이 자생하는 지역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산이 변하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3월 초에 아주 희미한 봄이 올 때부터 5월 중순까지 봄의 아름다움이 한 자리에 펼쳐지는 보물단지가 바로 보곡산골, 산안동산이었다.
충남 최고봉 서대산을 앞에 놓고 산 하나만 넘으면 옥천과 맞닿아 있으면서 천년 고찰 신안사가 뒤에서 받쳐주는 지리적 위치도 참 좋다. 교통이 불편했던 탓에 그동안 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최근에는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바로 옆 동네 상곡초등학교는 공해없는 청정지역이라는 이점을 살려 전국 최초의 아토피 전문학교로 다시 태어났다. 아토피 증상으로 고생하는 많은 아이들이 몇 명은 회복되어 나갔고, 더 많은 아이들이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금산군과 금산교육청이 서둘러 이들 학생들을 위한 숙소를 만들고 있다. 살 곳이 많아지면 훨씬 많은 아이들이 이 고장을 찾을 것이다.
이 깨끗한 산안동산이 산벚꽃과 조팝꽃으로 뒤덮이면 혼자 보기 아까운 절경이 펼쳐진다. 아마도 우리 지역에서 경험하는 마지막이자 가장 화려한 봄꽃의 잔치일 것이다. 산안동산의 벚꽃은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다. 시골 처녀의 수줍은 미소를 닮았다.
꽃이 가장 화려하게 피는 시기에 맞추어 '보곡산골 꽃축제'가 열린다. 축제의 이름은 '산꽃나라 산꽃여행'이다. 올해로 열두 살을 먹었고, 이번에는 4월 23일과 24일, 양일간에 걸쳐 개최된다. 첫째 날은 꽃을 감상하면서 무아지경에 빠지는 시간이고, 둘째 날은 건강걷기대회를 통해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다.
이곳에 오면 한두 시간은 걸을 생각을 해야 한다. 모두가 꽃과 같이 웃고 있는 사람들만 모여 있으니 서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산꽃나라를 여행하는데 가장 어려운 문제는 꽃 피는 날짜를 예측하는 것이다. 산꽃축제를 진행하면서 날짜를 맞추지 못해 꽃을 보러 오신 분들에게 이파리만 보여준 적도 있다. 평생 먹을 욕을 그 때 다 먹었다. 어떤 해에는 돌풍이 불어 간이화장실이 산 중턱까지 날아가 버린 적도 있다. 당연히 방문객이 몇 사람 없었고, 애써 방문하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준비하느라 고생한 사람들은 참으로 허무하다. 그래도 올해에는 잘 맞춘 것 같다.
이 날을 준비하는 주체는 마을 주민들이다. 산꽃여행 덕택에 동네가 제법 이름이 났고, 그 덕에 마을 주민들도 손님 접대 하느라 신이 난다. 이 동네는 한 번 와 보면 눌러 앉아 살고 싶어지는 마을이다.
금산문화원과 금산군청에서도 많은 애를 쓴다. 산 중턱 정자에서 벌어지는 꽃과 함께 하는 시낭송,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면 옛 선비들의 풍류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비와 곤충 만들기라든가 연날리기와 같은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행사도 다양하게 10여 가지나 준비해 놓았다. 금산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그리고 노래와 춤과 시가 어우러지는 풍류와 함께 가는 봄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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