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도연 천안구성초 교감 |
그렇다면 인격적인 선생님의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다. 마치 부모가 철없는 어린아이를 돌보고, 사랑해 주는 것 같이 그렇게 아이들을 사랑할 때, 비로소 인격적인 사랑이 성립될 것이다. 그런 인격적인 사랑 안에서만이 인간은 참 꿈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 테디 스톨라드라는 아이의 일화가 생각난다. 테디는 늘 왕따를 당하는 아이였다. 멍한 얼굴에 가까이 가면 심한 냄새도 났다. 그러다 보니 아무도 그 아이 옆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다 시험을 보면 채점할 것도 없이, 죄다 틀리는 그런 아이였다. 어느 날 테디의 생활기록부를 읽어 본 담임 선생님 톰슨은 눈물이 났다. 마치 한 생명이 방치와 유기로 파기되어 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팠다. 톰슨은 그 때부터 방과 후에 테디의 공부를 도와주었다.
어느 성탄절, 톰슨은 테디에게 알이 떨어진 가짜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손때가 묻은 쓰다만 싸구려 향수를 선물로 받는다. 조롱하는 테디의 친구들 앞에서 톰슨은 목걸이를 직접 목에 걸면서 최고의 선물이라면서 기뻐한다. 그 때 테디는 톰슨의 품에 안기어 선생님한테 엄마 냄새가 나서 좋다며 오히려 감사해 한다.
그 일이 있고 6~7년 후, 톰슨은 고등학교에서 2등을 했다는 테디의 편지를 받는다. 다시 4년 뒤에는 대학에서 수석을 했다는 편지를 받는다. 다시 4년 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다는 편지와 함께 결혼식 때 자기 어머니 자리에 앉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소박한 어느 초등학교의 일화이지만 선생님의 조그만 관심과 사랑이 아이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선생님을 잘 만나 인생이 바뀐 것이다.
이제 30여년의 교육의 길을 걷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나는 어떤 선생님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부족한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에게 인격적인 사랑을 더 많이 주었어야 했을 텐데 오히려 아이들의 사랑을 지금까지 받고만 있다. 총각선생님으로 있던 초임시절, 왜 그리 말랐느냐고 어디 아프냐며 통닭구이를 사주던 아이들. 더운 여름 피서라도 같이 가자며 해수욕장으로 열차여행을 갔던 아이들. 학교를 옮기고 난 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새로 부임한 학교까지 버스를 3번 갈아타고 찾아왔던 아이들. 지금도 해마다 5월이면 마흔이 다 되어가는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찾아오곤 한다. 그 제자들이 오히려 나를 부끄럽게 한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가장 행복한 모습 그대로 피어난다는 하얀 목련을 바라보며 내가 왜 그때 그들을 더 많이 보듬고 사랑하지 않았는지, 더 관심 갖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지 않았는지, 내가 그들을 얼마나 인정하고 믿음을 주었는지… 이런 저런 생각에 목련 꽃 볼 위에 붉게 자국이 남는다. 톰슨은 테디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그에 인생을 수렁에서 건져 당당한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였는데….
한편으로는 그때 내가 그 아이들을 진실된 마음으로 사랑했었고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고 나 스스로 위안을 해 본다. 부족하였지만 마음으로부터의 그 사랑이 지금까지도 그들과의 인연이 이어지게 하는 끈이 아니었는지 말이다.
아름다운 봄꽃이 온 세상을 환히 비치는 이 아침. 스승과 제자와의 간격이 자꾸 멀어져만 가는 이 세태에 인격적인 선생님의 사랑이 왜 필요한지 톰슨 선생님의 고귀한 제자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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