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에 열리는 '젊은 작가전'은 올해 이루어질 스페이스 씨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전시다.
동시에 오늘날 미술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스페이스 씨의 지향을 일정 부분 담아내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철을 용접기법으로 다루는 안권영, 색채를 평면에 덧입혀 형상을 그려내는 유하나 등 2명의 젊은 작가가 참여했다.
만들기와 그리기의 본원적 속성을 생각해봄으로써 행위자와 행위,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의 미술작품이라는 미술의 근원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는 자리로 기대를 모은다.
▲안권영 작가 '점으로부터'(부분) |
금속이라는 것은 차갑고 날카로우며 견고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속조각, 특히 철을 사용한 작품은 육중한 무게감과 형태로 공간을 점유하면서 주변 공간과 맺는 상호작용에 주목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전시되는 안 작가의 작품에서는 금속재료의 일반적인 특성이 약간 외면되고 재료 자체와 형태에 유연함과 유기적인 양태가 부여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용접기로 철판을 부정형의 형태로 잘라내어 구부리고 휘어 연결한 모습은 마치 가위로 종이를 오려붙인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안 작가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은 유기체 혹은 그 유기체 내부에서 미시적으로 벌어진 생명현상의 상징을 나타내고 있다.
▲유하나 작가 '괴물' |
유 작가 또한 무엇을 어떤 모습으로 그릴 것인지를 상정하지 않은 채 그림을 시작한다.
손길이 가는 대로, 그때 그때의 결정에 따라 색을 선택하고 색을 입히는 방식을 따르면서 형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초현실주의의 '오토마티즘(자동기법)'과 흡사하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형상들은 우리가 요정, 혹은 유령이라 부르는 모습들을 갖고 있다.
동화나 만화에 나올법한 개구쟁이나 심술쟁이 등 사람들에게 큰 해를 입히는 악령이나 귀신이 아닌 귀여운 '악동'의 모습을 담고 있다.
유 작가의 작품 또한 안 작가의 경우와 유사하게 잠재된 의식 속에 있던 형상들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두 작가의 만들기와 그리기는 잠재된 기억이나 의식의 표출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그러한 만들기에서 즐거움을 찾는 인간의 본능으로서 미술의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이 지속해 온 조형활동의 의미와 본질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전시, 함께 기대해보자.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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