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표]情과 메이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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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표]情과 메이와쿠

[수요광장]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 회장

  • 승인 2011-04-19 14:19
  • 신문게재 2011-04-20 21면
  •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 회장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 회장
▲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 회장
▲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 회장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수만 명에 달하는 사상자와 실종자가 발생한지 벌써 한 달여가 되었다.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임에도 극도의 감정 절제와 타인 배려의 침착함을 유지하는 일본 국민들의 모습에 위로와 더불어 칭찬을 아낄 수가 없다. 일본인들이 이렇듯 침착과 냉정을 유지하는 근원에는 메이와쿠가 존재한다. '메이와쿠 가케루나'는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을 수치로 여기는 마음이다. 혹자들은 일본이 무사계급 사회였기에 메이와쿠 정신이 형성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일본의 통행 방향이 우리와 반대인 것도 서로 칼이 맞부딪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데서 시작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어찌 보면 이러한 해석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칼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은 곧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생존이 걸려 있는 일이 된다. 그렇기에 그들은 집단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고, 집단 속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서로에게 감사하고 배려하는 역사와 문화로 체득하게 되었을 것이다.

일본이 메이와쿠로 하나가 되었다면 우리에게는 이웃집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의 개방성이 넓은 정(情)의 문화가 존재한다. 정은 메이와쿠가 집단에서 개인을 분리해내는 '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말로 대표되는 절제와 냉정함과는 다르게 우리네 민초들의 생활상 그대로 우러나온 슬프면서도 따뜻한 사람냄새가 물씬 풍겨져 나오는 진국을 의미한다. 이는 아이가 우물에 빠지면 모두가 측은해하고 놀라는 마음을 모태로 한다. 이를 맹자는 인(仁)의 시작으로 측은지심이라 하였다.

측은해 하는 마음은 우리 민족의 선한 기본 정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웃이, 가족이 슬픈 일을 당하였을 때 외면하지 않고 마치 자신이 겪은 일인 것처럼 하나가 되어 때로는 울부짖는 모습을 통하여 마치 온 천지가 무너져 내리는 듯 마음껏 그 응어리를 함께 풀어낸다. 어떠한 이들은 일본의 냉정한 절제를 예로 들며 너무 과한 감정의 표현이라고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이웃사촌이라 하여 이웃을 친족의 개념으로까지 확대시키며 우리들 가슴을 관통하고 있는 인(仁)에서 비롯된 한(恨)과 정(情)의 의미를 바로보지 못하였기에 그러한 말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네 정은 시장에 가면 왁자지껄 떠들썩하게 에누리와 덤을 주고받고, '미운 정 고운 정'이라는 말처럼 미움도 친근함으로 전환시킬 줄 알며, 이웃집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알게 되는 숨김없는 소통과 관심이 있고,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속담처럼 실패하거나 뒤처진 자를 배려하고 챙겨주며 우리 안으로 보듬는 바로 그 것이다. 그러한 정의 문화가 요즘과 같은 경쟁사회의 틈바구니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는 중이라 너무도 안타깝다. 더군다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상생과 소통의 부재도 오직 경쟁만이 존재하는 시간 아래에서 나의 이익이, 내가 먼저 살아야 한다는 명분을 우선시하여 정을 잊어버린 까닭이라 더욱 그렇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일본 할머니가 구출 당시 “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말을 한 것은 오랜 세월동안 메이와쿠 문화가 몸에 배어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우리 민족을 이어주는 끈끈한 정 역시 그에 못지않게 사라질 듯, 잊혀져버릴 듯 하는 허상이 아니라 우리들 몸과 마음에 자연스레 살아있는 실재로서 작용하고 있다. IMF와 태안 기름유출 같은 국가적 재난 앞에서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난관을 헤쳐 나가는 걸출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그 실재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고유 정서인 선한 정을 되살려 지금처럼 경쟁이 판치는 세상의 역기능을 제어하고 순기능을 복원하여 상생과 소통을 올바르게 자리 잡게 하여야 한다. 상생과 소통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경(書經)'의 '구족(九族)을 화목하게 하여 같이 잘 살라'는 말처럼 어려움에 처한 자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그 누구라도 우물가의 어린아이를 보살펴주는 측은지심을 가진 민족이다. 뜨거움은 화상을 입히지만 따듯함은 모두를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들어주는 안락함임을 잊지 말자. 따뜻한 정을 통하여 상생과 소통이 기분 좋게 이루어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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