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봉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
대덕대로 자전거 전용도로는 레저용으로 이용하던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전환하기 위해 15억원을 들여 시범적으로 만든 도로다. 그러나 자전거 정책이 채 뿌리도 내리기 전에 올라오는 싹이 비틀거린다고 싹뚝 잘라버렸다. 이용률이 저조하고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문제점은 자전거 도로를 설치할 때부터 이미 다 예측한 사실로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 이 자전거 도로는 설치 당시에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고 형식적인 위원회를 통하여 결정되었다. 전문가들은 차선폭을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지만 대전시는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급하게 설치하였다. 그 결과 우려한 그대로 부작용이 따랐다.
차선폭을 축소하는 바람에 버스 전용차로가 좁아져 옆 차선을 침범하게 되고, 택시를 타고 내릴 때도 옆 차선을 침범해 교통사고와 교통정체의 원인이 되었다. 또한 대덕대로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좁을 뿐만 아니라 차도에 방어막만 설치하여 작은 돌조각들이 도로 위에 무수히 깔려 있어 자전거 타기 불안했다. 그래서 자전거 이용자의 대부분은 보도를 이용하여 그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현장을 방문한 전국의 많은 자전거 전문가들이 자동차 속도를 제한하고, 교통정책의 중심축을 자동차에서 녹색교통으로 이동하기 위해 자전거 도로를 확대 개편하여 편의성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했으나 최종적으로 철거를 결정하였다.
이로써 그동안 들어간 막대한 행정력 뿐만 아니라 추가로 들어가는 철거비 등 혈세가 낭비되었고, 인간 중심의 녹색교통을 지향하는 세계적인 추세에서 대전은 인간 중심이 아닌 기존의 자동차 중심의 회색 교통으로 가게 되었다. 결국 지금과 같이 높은 유가 속에서 자전거 이용을 장려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오히려 자전거 정책을 후퇴시킨 꼴이 됐다.
좋은 환경에서 살고, 좋은 환경을 후대에 물려주려 한다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삼기위해서는 차선 하나 정도는 자전거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함께 다니는 자동차의 속도도 줄여야 한다. 이로 인해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다소의 불편이 있다하더라도 좋은 환경을 갖기 위해서는 마땅히 감수해야 할 일이다. 당장은 불편할지 모르나 멀리 보면 훨씬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이 취임한 지난해에 '자전거 전용도로의 이용 가치가 떨어지고 시민을 위협하고 차량 통행에 방해된다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현 시장의 말 한 마디에 대덕대로 자전거 도로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덕대로 자전거도로의 철거로 책임자의 문책론이 제기되지만, 그 책임은 공복으로서 시민을 위하여 소신을 갖고 일하지 않고 인사권자의 생각을 미리 읽어 이에 따라 움직이는 공무원 조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책을 다루는 전문가나 관계 공무원 그리고 시민단체는 모두 변함이 없고, 오직 달라진 것은 시장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시장이 바뀐다고 해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하지 않은 채 전임자의 주요 정책을 폐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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