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개통은 경제·생활 등 전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속도의 혁명을 통해 도로에 밀렸던 철도의 반격이 가능케 하는 계기도 됐다. 전국이 '1일 생활권'으로 바뀌면서 경제적·사회적 변화도 이어졌다. 특히 철도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총아로 부상하며 역할과 중요성이 재조명되는 등 '철도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특히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시속 350㎞급 한국형고속열차 KTX-Ⅱ가 지난해 말부터 운행되고 있다. 한국형고속철도(KTX)가 2004년 첫 운행을 시작한 이후 5년 만의 쾌거다. 이제 우리나라도 일본, 프랑스,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시속 350㎞ 이상으로 달리는 초고속열차를 독자적으로 제작,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시속 430㎞급 차세대 고속전철인 'HEMU-400X'가 2012년 완성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KTX-Ⅱ는 1996~2002년까지 6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핵심부품에서부터 전체 시스템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제작했다. 부품수 대비 92%를 국산화했다. 열차의 고속화로 전국이 1일 생활권을 넘어 반나절 생활권으로 변화되고 있다.
두 줄의 평행선으로 함께 달리는 철도 속에 숨어있는 과학을 찾아보자.<편집자 주>
▲열차충돌 방지하는 열차자동제어장치=KTX는 열차와 열차의 간격이 자동으로 조정된다. 앞에 가는 열차가 없으면 시속 300㎞까지 달릴 수 있지만 앞에 가는 열차가 있으면 그 운행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속도가 줄어든다. 이렇게 안전을 위해 열차와 열차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열차자동제어장치다. 일정한 구간에 운행하는 열차가 있으면 그 다음 구간은 최고속도가 90㎞로 설정되고 그 다음 구간은 170㎞가 된다. 또 그 다음 구간은 230㎞, 그 다음 구간은 270㎞로 최고속도가 설정되어 충돌하지 않도록 자동으로 열차 간의 간격이 조정되는 것이다. 현재는 앞에 가는 열차의 위치를 레일을 통해 확인하지만 머지않아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하게 될 것인데 이렇게 열차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철도의 열차제어시스템이다.
▲KTX 바퀴 온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차축온도검지장치=고속으로 달리는 열차는 바퀴의 회전으로 인하여 차축에 높은 마찰온도가 발생하는데, 그 온도가 너무 높게 되면 자칫 바퀴나 차축이 파손될 수 있다. 그래서 차축의 온도를 검지하여 사고를 예방하고자 차축온도검지장치(HBD:Hot Box Detector)가 개발됐다. 이 장치는 열과 적외선의 양은 비례한다는 원리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다. 고속선의 선로 양쪽에 전자센서를 설치하여 열차가 그 위를 통과할 때 차축으로부터 방출되는 적외선의 양을 측정하여 전류로 바꾼 다음 이를 다시 온도로 환산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적외선을 미세한 전류로 환산하고 이를 다시 온도로 환산하여 차축의 온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다.
검지된 온도 정보는 실시간으로 철도종합관제센터로 전송되며 열차자동제어장치(ATC)와도 연결되어 열차를 자동으로 정차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어떤 열차의 차축이 하나라도 위험온도인 90℃ 이상으로 검지되었다면 관제센터와 KTX의 차상컴퓨터로 위험경보가 전송되며 KTX는 정차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한다. 이런 차축온도검지장치는 고속선에 25~30㎞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바퀴의 적외선 양을 검지하여 온도를 측정하는 과학의 힘을 통해 KTX는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탈선해도 전복되는 것을 방지하는 관절형 대차=차량의 밑에 붙여서 바퀴를 달도록 하는 것이 대차다. 보통 일반열차의 대차는 자기 차량의 아랫부분에 붙인다.
그러나 KTX 대차는 차량과 차량이 서로 견고하게 연결되도록 제작되었다. 이러한 방식을 관절형 대차라고 한다. 일반열차가 연결고리 하나로 연결되는 것에 비해 KTX는 관절형 대차에 의해 몸체와 몸체가 완벽하게 하나로 연결된다. 그렇게 하나로 연결되기 때문에 비록 탈선하더라도 객차가 분리되어 전복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지난번 광명역 탈선사고 때도 이런 관절형대차의 덕분으로 KTX는 전복되지 않았다. 열차 전복으로 인한 대형 사고를 방지해주는 관절형 대차, 이것도 과학의 힘을 빌린 안전장치다.
▲전차선의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자동장력조정장치=열차가 처음 운행할 당시에는 수증기로 기관차를 움직였다. 그 후에는 기름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환경을 생각하여 전기를 주로 쓰고 있다. KTX도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KTX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 전차선이다. 이러한 전차선은 기후의 변화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드는데 한여름에 늘어나서 축 처지게 되면 KTX가 운행할 때 아크가 많이 발생하여 손상되고 자칫하면 운행을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리하여 온도가 변해도 전차선이 늘어지지 않고 팽팽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이 자동장력조정장치다. 원리는 간단하다. 전차선의 끝부분에 일정한 무게의 추를 달고 도르래를 설치하여 전차선이 늘어지면 그만큼 당겨주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과학적 원리가 KTX를 안전하게 하고 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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