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국내에서도 원전 정책을 놓고 찬반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가 세계 10위면서 전체 에너지 소요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원자력이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36%를 차지,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원자력의 발전 단가는 kWh당 40원 정도로 석탄·가스보다 저렴하다.
원자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어서 기후변화 시대에 적합한 에너지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 발전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자력은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의 원전보다 발전돼 설계부터 폭발을 방지하고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4세대 원전'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제4세대 원전'은 현재의 원전보다 지속가능성, 안전성, 경제성, 핵비확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차세대 원자력 시스템으로 우리나라 등 주요 원자력 선진국들이 오는 2030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제4세대 원전 가운데 안전성과 경제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소듐냉각고속로(SFR)와 초고온가스로(VHTR) 2가지 원자로를 선택해 개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원자로와는 다른 혁신적인 개념의 원자로로 주목받고 있는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주>
▲ 정연호 원자력연 원장 |
1~3세대의 원자력 발전보다 지속성과 안전성, 신뢰성, 경제성, 핵확산 저항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것이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인 셈이다.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국제포럼은 각국에서 제안한 100여 개의 다양한 개념을 기술적으로 면밀히 평가한 후에 최종적으로 6개의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개념을 확정했다.
▲ 초고온가스로 개발모습 |
우선 미국은 차세대 원전개발을 위해 '국제 원자력에너지 파트너십(GNEP)'과 '원자력이용 수소생산시스템 개발사업(NGNP)'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사업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고독성 장수명 핵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4세대 고속로(ABR:Advanced Burner Reactor)의 실증로 건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2018년까지 원자력 이용 수소생산 시스템과 이를 이용한 수소 생산공정을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일본은 고속로 개발 프로젝트 및 원자력 수소 상용화 추진에 초점을 맞춰 2015년까지 고속로(SFR) 개념설계를 완료하고 2025년까지 고속로 운전을 개시하는 한편 2015년까지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생산 공정의 하나인 열화학 수소생산기술의 실증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는 2020년에 고속로 원형로 운전을 시작으로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원자력 수소생산 시스템의 핵심기술인 초고온 가스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까지 2기의 고온가스로 건설을 목표로 현재 인허가 심사중에 있으며 2020년까지 실증용 고속로의 운전을 개시하는 청사진을 세워 놓는 등 4세대 원자력 시스템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4세대 원전기술 확보 위한 로드맵 마련=우리나라 역시 원자력 발전비중을 점차 높이면서 미래 원자력 시스템 개발을 준비하기 위한 로드맵을 확정해 놓았다.
2008년 12월 오는 2030년까지 미래 원자력 시스템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미래 원자력 시스템 개발 장기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이 계획은 원자력 이용 확대와 주요 원자력 선진국들이 현재 원전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원전 이용확대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4세대(Gen-Ⅳ) 원자력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4세대 원전 가운데 소듐냉각고속로(SFR)와 초고온가스로(VHTR) 2가지 원자로를 선택해 기술개발하고 있다.
▲소듐냉각고속로(SFR) 우라늄 활용률 현재보다 100배 이상=SFR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대거 방출된 원인인 사용후핵연료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는 원자로다. 국내 경수로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에는 우라늄238과 플루토늄239 등 연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 다량 존재한다. 이들을 SFR에서 연료로 재활용하면 폐기물 처분장 면적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의 독성은 1000분의 1로 줄어든다.
SFR에는 공기로 소듐을 식히는 '피동잔열제거계통(PDRC)'이 있어 전력 공급이 끊겨도 자연적으로 냉각된다. 이 SFR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기술이 필요하다. 파이로프로세싱은 플루토늄과 '마이너악티나이드'라는 핵분열생성물을 혼합물 형태로 추출하는 방식이다.
SFR 개발은 고유개념 개발과 기술실증 및 건설 등의 2단계로 나눠 추진될 예정이다. 우선 고유개념 개발을 위해 제4세대 SFR 고유개념을 확정하고 이후 고유개념의 구체화 및 실용 가능성을 올해안으로 입증하게 된다. 이후 개념설계(2012~2013년), 표준설계(2014~2017년), 표준설계인가 및 예비설계(2018~2021년)를 완료해 최종적으로 2028년에 실증로를 건설, 운영한다는 청사진에 따라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2017년까지 시스템 핵심기술의 성능 검증 및 기술문제를 해결한 다음 2022년에 실증로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수소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돼 향후 수소경제시대에 진입, 국가 에너지 문제해결에 기여하고 고유가 및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올해 초 파이로프로세싱에 관해 미국과의 공동연구에 합의함으로써 재활용 기술과 SFR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소듐 냉각고속로 개발모습 |
특히 사고시에는 별도 운전원의 비상조치 없이 자연현상만으로 원자로의 안전정지가 가능한 고유 안전로라는 특성 때문에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초고온 가스로(VHTR)는 전력발전 외에 수소생산도 가능한 4세대 원전이다. 냉각제로 헬륨기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원자로 내부에 물이 없어 수소폭발이나 증기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헬륨은 안정된 물질이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도 '방사성화(U)'가 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VHTR는 우라늄 핵연료를 세라믹으로 3중 코팅해 만든 0.9mm의 피복입자를 원료로 쓴다. 설계에 따라 원료의 양이나 형태를 조절할 수 있어 소형화가 가능하다. 격납용기는 공기의 자연 순환으로 냉각되도록 설계된다.
원자력 이용 수소생산 시스템은 우라늄을 연소시켜 900℃ 이상 고온의 열에서 안전 운전이 가능한 초고온가스로(VHTR)의 열을 이용해 물을 열화학 또는 고온 전기분해 방법으로 직접 분해함으로써 대량의 수소를 안전하고 깨끗하게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또한 원자력이용 수소생산 시스템 개발은 환경문제 해결, 국가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및 에너지 확보 등 저탄소 녹색성장의 원동력을 제공한다는데 의미가 크다.
초고온가스로 기술은 화석 연료 대체 공정열 공급 등 비 전력 생산 분야에 다양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의 공급이 가능한 녹색기술로, 화석연료 고갈 및 기후변화에 현실적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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