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총 회장 후보 선의의 경쟁을
▲ 조종국 전 대전예총회장 |
이런 소소한 옛날이야기에도 현대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담겨있다. 집안의 보물을 깨지 않고도 금방울을 되찾을 수 있었던 지혜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움켜쥔 금방울을 놓아도 곧 다시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 즉 할아버지에 대한 손자의 신뢰였다. 신뢰란 이렇게 사회 구성원 모두를 이롭게 하며 그 이익을 공유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런 신뢰는 하루아침에 그냥 쌓여지는 것이 아니다. 부단한 소통과 서로에 대한 이해의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말이야 쉽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고행과도 같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구성원이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서로 신뢰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의 보물이 깨지고 금방울을 쥐었던 모두의 손에 생채기가 나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전예총은 그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회장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되었다. 현재 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내홍에 휩싸인 예총을 두고 깨질 위기에 처한 귀한 항아리를 바라보는 듯 한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대전이 문화 불모지라 불려 졌던 지난 50년 동안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대전의 척박한 문화 환경을 가꾸고 일궈온 예총은 우리 예술인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요 울타리나 다름없다. 대전예총의 살림을 총괄하는 회장 자리가 빛나는 금방울이라면 예총을 이끌어갈 대들보인 두 후보 또한 우리 예술인들에게 소중하고 꼭 필요한 존재다. 그러기에 지금은 둘이 움켜쥐기만 했지 항아리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금방울을 우선은 놓고 처음으로 돌아갈 때다. 이대로는 우리의 귀한 항아리가 금가고 깨질 수밖에 없다. 또 전체 예술인 공동체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서로 불신에 갇혀 자중지란 속에 공멸하는 파괴적인 어리석음을 이번 임시총회에서 막아야 한다. 우리 예술인들은 두 후보가 겸허하고 진지하게 예총회장은 어떤 자세로 무슨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인지 다시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또한 예총이라는 터전을 발전시키고 예술인의 권익을 신장시킬 방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서로 소통하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예술인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그동안 쌓여 온 오해와 앙금을 해소하고 신뢰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작은 신뢰들이 쌓여야 상생의 길을 도모하는 방법과 역량을 찾을 수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그동안 소송사건 등 일련의 사태로 50년 전통을 이어온 예총은 그 위상이 말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예총을 아끼고 사랑하며 무언의 지지와 끊임없는 성원을 보내고 묵묵히 실천하는 5000여 회원이 있다. 두 후보는 이 5000여 회원의 기대와 신뢰를 짊어지고 있다는 엄중한 책임을 직시하기 바란다. 예총에 대한 신뢰의 힘으로 5000여 회원이 지금 두 후보를 달래고 있음을 상기하기 바란다. 우리 5000여 회원은 두 후보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노력을 기울이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정정당당하게 결과를 수용하여 대전예총의 미래를 위해 진심으로 서로 협력할 것을 요구한다. 이번 임시총회에서 치러질 예총회장 재선거가 이러한 상생과 발전의 단단한 디딤돌이 되고 실추된 예총의 명예를 회복하고 화합하는 선거가 되기를 거듭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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