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 |
‘한나’는 액션스릴러 장르로 쓴 현대판 동화다. 숲속 오두막의 한 소녀가 마녀를 상대하러 세상에 나가는 이야기. 예쁘장하고 눈처럼 하얀 순진무구한 소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졌다.
영화를 보기 전 궁금했던 게 감독 조 라이트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 걸출한 연출 솜씨를 뽐내며 명감독 반열에 오른 신예. 서정적인 연출가인 그가 느닷없이 그간의 이력과 거리가 먼 액션스릴러를 맡은 이유는 뭘까. 그의 손에서 매만져진 액션영화는 어떤 모습일까.
조 라이트는 시얼샤 로넌의 캐스팅 소식에 연출을 승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고픈 욕망이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내게 중요한 게 뭔지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나’를 서정적 감성의 섬세한 액션스릴러로 빚어냈다.
‘한나’는 호쾌한 액션 영화는 아니다. ‘한나’의 재미는 소재와 연출이 불균질하게 섞이는 데서 나온다. 서정적 감성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 소녀의 순수함과 인간 병기의 냉혹함이 극명하게 맞서며 묘한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조 라이트는 키스를 ‘안면근육 36개를 이용한 행동’으로 아는 소녀가 떨리는 입술이 마주 닿는 첫 키스의 달콤함, 귀로 직접 듣는 음악의 경이로움, 오토바이를 타고 밤공기를 가를 때의 청량함 등 세상을 경험하는 과정에 공을 들인다. 그 사이 한나를 쫓는 마리사의 수사망은 점점 좁혀온다.
하얀 얼굴에 금발 머리, 파란 눈의 열여섯 소녀가 상대의 목을 단숨에 꺾어버리는 액션은 쇼킹하지만 좀 더 하드보일드하게 밀고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귀를 활짝 열어두시길. 심장을 쿵쿵 두드리는 케미컬 브라더스의 액션 비트가 영화의 템포를 한층 끌어올린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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