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대학의 문제, KAIST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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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대학의 문제, KAIST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요논단]대전대 교수

  • 승인 2011-04-14 14:24
  • 신문게재 2011-04-15 20면
  • 박광기 대전대 교수박광기 대전대 교수
▲ 박광기 대전대 교수
▲ 박광기 대전대 교수
KAIST가 연일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4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대학 개혁의 선도 모델로 여겨졌던 소위 '서남표식 개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 과목 영어수업과 차등 등록금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학생들의 자살이 대학의 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또 일면에서는 학생들의 나약함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영어는 필수이고, 또 사회의 리더를 만들기 위해서 무상교육보다는 차별적 등록금을 징수하여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과 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개혁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분명한 것은 처음 그리고 몇 번에 걸친 학생들의 자살이 있은 후, 이런 저런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고, 특히 언론에서 KAIST의 제도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KAIST가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흐름이 되어가자 다시 원론적인 논의가 거론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서남표식 개혁'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지적과 반드시 틀린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KAIST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혼란스러운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결과는 4명의 인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제도의 개혁에 따른 피해와 문제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목숨을 끊은 학생들이 제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약했다고 하더라도, 이들 학생들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문제가 있고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러한 부작용이나 사태는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문적인 특성에 따라서 영어수업이 가능한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대학의 수업이 글로벌화를 위해서 영어수업을 해야만 하는 것도 분명히 아니다. 대학의 수업은 '학문'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학문은 바로 지식의 전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사고하고 고민하고 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수와 학생의 상호소통을 전제로 수업이 전개되어야 한다.

대학의 수업이 단순히 문제풀이나 지식의 전달만을 위한 것이라면 수업을 진행하는 도구인 언어를 영어로만 해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수업을 통해 사고와 고민과 상호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영어가 아닌 모국어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의미의 전달과 소통이 수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에서 학문을 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초·중·고의 수업이나 학습이 오로지 대학입시에만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대학에 들어온 대학생들이 고등학교때의 수업이나 학습의 태도와 방식이 전혀 다른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문을 위한 기초학습이 대학입시교육과는 다른 내용과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도 이들 대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대학의 중요한 과제라고 한다면, 이들 학생들을 우수한 인재로 길러내는 것은 대학의 더 중요한 임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우수한 인재의 선발에는 경쟁적으로 치중하면서도 정작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는 소홀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수업이 학생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하는 것을 반드시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학생이 따라올 수 없는 수업을 학생에게 강요하는 것도 올바른 대학교육이 될 수는 없다. '학문의 자유'는 스스로 학문을 하기 위한 준비를 통해 스스로의 학문을 개척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제도의 적용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하는 것이고, 학생의 학습권을 훼손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KAIST의 문제를 보면서 이것이 비단 KAIST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대학이 모두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면서 교육을 위한 왕도나 최선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 대학교육이 목표만을 달성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목표달성을 위한 방법을 교육하는 것에는 소홀했다는 반성을 하면서 '학문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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