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한 고객들 |
자신이 저지른 일의 업보인들, 웃음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인들 어떠랴. 영화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꼭 좀 있었으면 싶다. '수상한 고객들'이 그려내는 '자살 예방 프로젝트' 얘기다.
영화라고 이마를 탁 칠만한 기발한 묘수가 나오는 건 아니다. '위기일수록 가족이 희망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들려줄 뿐이다. 자살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 바쁘게 뛰어다니는 주인공 병우의 모습, 그 자체가 '자살을 막는 프로젝트'다. 병우가 쏟는 노력만큼은 아니어도 좋다. 그저 마음을 앓는 가족, 친구, 이웃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는 것만으로도 불행의 씨앗은 훨씬 줄지 않을까.
각설하고 영화로 돌아가서, 병우가 자살을 막기 위해 나선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보험 지급이 개시되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꼭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은 수상한 고객들. 만약 이들에게 불행한 일이 생긴다면 보험왕 타이틀은 물론 '연봉 10억원'이 날아갈 판이다.
사채업자의 눈을 피해 동생과 함께 강 둔치에 버려진 버스에 사는 가수지망생(윤하), 혼자 아이 넷을 키우는 달동네 미화원 억척 아줌마(정선경), '뚜렛증후군'(자신도 모르게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증상) 환자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욕설을 내뱉는 지하철 노숙 청년(임주환), 딸과 아내를 외국에 내보내고 혼자서 대리운전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박철민). 병우는 발바닥에 땀나도록 찾아다니며 불행한 일이 없도록 막아야 한다.
작위적인 냄새가 풀풀 난다. 비록 세상의 밑바닥 삶이지만 이들이 죽어서라도 가족에게 보험금을 안겨주려는 '수상한 고객들'이란 설정도 병우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걱정일 뿐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디 있겠어?' 싶은 억지스런 상황을 빙긋 웃음으로 용서하게 만드는 건 밑바닥 삶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이다. 웃음은 '속물' 병우가 된통 당하고 곤경에 처하는 데서 나온다.
류승범은 속도감 넘치는 제스처와 대사로 캐릭터의 현실감을 십분 살려냈다. 류승범에게 부족한 유머는 성동일의 애드리브가 보완해준다.
휴먼코미디의 정석을 밟지만 행복한 결말이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자살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 그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우는 것에서 이 영화엔 미덕이 있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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