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조삼모사(朝三暮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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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조삼모사(朝三暮四)

[중도마당]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 승인 2011-04-11 16:04
  • 신문게재 2011-04-12 20면
  • 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 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 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 조삼모사(朝三暮四)란 고사성어가 나온다. 저공(狙公)이라는 노인이 원숭이를 키우는데 생활이 어려워져 원숭이에 대한 도토리 배급량을 하루 7개로 줄이게 되었는데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려하자 원숭이들이 반발,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로 바꾸자 원숭이들이 좋아했다는 우화다.

이 우화는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여 일희일비하는 어리석은 인간세태를 꼬집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는 얕은 수로 남을 속이는 사람의 교활함을 말할 때 쓰인다. 하지만 이 우화에는 주는 방식과 소통의 중요성이라는 그 이상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즉 무엇을 주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주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것을 주더라도 주는 시기와 방법에 따라 받는 입장에서 만족할 수도 만족 못 할 수도 있다. 위 우화 속 원숭이들에게는 아침에 하나 더 먹는 것이 더 큰 만족감을 주었던 것이다. 저공은 이러한 원숭이의 심리를 간파하고 주는 방식을 바꿔 원숭이에게 제안하고 원숭이들 스스로 선택토록 함으로써 원숭이를 만족시켰던 것이다.

조삼모사가 전하는 소통과 협상방식의 중요성은 우리사회의 노사협상과정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A 공기업의 경우 사측이 교섭을 빨리 끝내려는 마음에 협상 초에 최종안을 던졌다. 협상시 시간을 좀 끌면서 사측으로부터 추가적인 것을 얻어내야 노조가 조합원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치 못한 것이다. 협상을 통해 더 얻어낼 것도 없는 노조로선 파업을 할 수도 없고 갑갑한 상황이었다. 한 마디로 사측이 보따리를 너무 일찍 풀어 사측 자신은 물론 노조의 운신의 폭도 어렵게 만든 것이다.

S 대기업은 정반대로 사측이 먼저 패를 보이면 손해라는 생각으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이후에야 사측이 임금인상 안을 제시하였다. 결국 장기파업을 겪고난 후 당초 사측안보다 상향된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되었지만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파업기간 임금손실 등 노사 모두 큰 손실을 겪었다. 사측은 돈은 더 들고 명분마저 잃은 것이다.

D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 오너가 근로자들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되고 임금인상 등은 회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노조와의 대화를 경시하였고 임금인상도 노조 요구나 협상과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임금 등 근로조건이 다른 동종 업종에 비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시혜적인 것으로 여기는 사장의 태도에 직원들의 불만은 매우 높았고, 회사에 대한 귀속감도 결여되어 있었다.

K 회사는 앞의 사례들과 달리 사측이 적극적으로 소통을 이끌어간 경우로 회사에 위기가 닥치자 사장은 월급을 반납하고 임원 등의 임금은 대폭 삭감하였다. 사장이 직접 나서 회사경영상황을 노조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으며 위기극복의 비전과 위기극복 후 직원에 대한 보상방안도 제시하였다. 노조는 임금삭감 등으로 화답했고 결국 회사는 위기를 극복하였다.

세상사 모두가 그렇듯이 노사관계 역시 어느 일방은 주고 어느 일방은 받기만 하는 관계가 아니다. 주면서 받는 관계다. 주는 입장이라고 받는 사람의 입장 체면을 생각지 않고, 받는 입장이라고 상대가 어찌되든지 일단 많이 받아놓고 보자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현재의 이익에 탐하면 장기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고 실리를 챙기다 보면 명분을 잃을 수 있다. 얻는 것과 잃는 것, 현재이익과 미래이익, 명분과 실리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전체적으로 따져서 조화를 기하는 것, 장자는 이를 천균(天鈞)이라 일렀다.

장자가 조삼모사의 우화를 통하여 전하려 했던 메시지가 궁극적으로 이것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노사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 시기에 노사 모두 곱씹어 볼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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