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나잇’은 부부가 각자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이성에게 흔들리는 하룻밤을 그린다. 남편 마이클은 출장지에서 함께 간 직장동료 로라의 도발적인 유혹에 점점 흔들린다. 우연히 옛 애인 알렉스를 만난 아내 조안나는 잃어버린 소설가의 꿈을 속삭이는 그에게서 설렘을 느낀다.
▲ 라스트 나잇 |
불륜은 영화에서 닳고 닳은 소재다. 이제는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며 그 남자하고 또 결혼하겠다고, 아예 ‘이중 결혼’을 남편에게 선언하는 아내까지 나왔다(‘아내가 결혼했다’). 눈물 짜는 신파에서 발칙한 상상력까지 총동원됐지만 불륜에 관한 질문은 진행형이다. 불륜은 어디까지인지, 용서가 가능한 선은 있는지, 정신적 배신과 육체적 배신 중에 어느 게 더 부부간 신뢰를 저버린 것인지, 배신당한 배우자는 어찌 해야 하는지 등등.
‘라스트 나잇’은 이런 문제의식에 진지한 태도로 접근한다. 마시 태지진 감독은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어디까지가 불륜인지, 부부사이의 사랑과 신뢰는 어떤 의미인지 깊이 파고든다. 스타일리시한 라이프스타일의 세련된 영상으로 풀어내 주제의 무거움을 덜었다.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포착해 관객의 눈을 붙잡는다. “행복해도 유혹은 느끼지.” 말은 쿨 하게 해도 마이클은 대담한 유혹이 당황스럽다. 조안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끌리는 마음을 애써 감춘다. 유혹은 달라도 흔들림이 당혹스럽고 갈등을 겪는 건 같다. 정신적 배신이 두렵고 육체적 배신은 더 두렵다. 영화는 또 조금씩 변해가는 두 사람의 심리적 정황을 교차 편집해 전시함으로써 극적 긴장감을 끌어 올린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 시대극에 익숙한 키라 나이틀리가 쉽게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조안나, ‘아바타’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의 전사 샘 워딩턴이 매력적인 유부남 마이클로 변신했다.
다음날 아침 만난 부부는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나누고 껴안는다. 하지만 눈빛이 불안하게 떨린다. 조안나가 무슨 말을 꺼내려는 순간, 영화는 끝. 그 때 조안나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걸까.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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