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중심의 해양무역국 명성 떨쳐
▲ 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으로 정치안정을 바탕으로 무역을 발전시키고 예술과 시민 자유를 진흥시킨 베네치아 1000년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에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베네치아공화국은 국가의 통치보다는 국가를 경영했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통치는 국가와 그 국민을 다스리는 것인데 예일대학의 로페츠교수가 지적하듯이 베네치아 공화국은 현대의 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영되었던 것이다. 베네치아가 다른 도시국가 제노바와 피렌체보다 안정적 성향이 강했던 것은 타국보다 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과 관련된 부분을 보면 부기는 프라토상인이 고안했다고 전해지지만 이것을 복식으로 만든 것은 베네치아인이었다. 장사의 전모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복식부기는 제노바, 피렌체를 비롯 서유럽상인에게 보급되었으며 그중 복식부기는 베네치아나(베네치아식)라는 통칭으로 불렸다. 그리고 환전업무를 해온 방코라 불리는 은행보다 계좌를 개설한 방코 디 스크리타(글씨를 쓰는 은행)와 합자회사의 전신인 코멘다(제노바)로 불리는 콜레겐차가 유명하다.
콜레겐차는 자본가와 경영자가 항해후 자본가 4분의 3, 경영자가 4분의 1 로 배분하는데 이를 한사람하고만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몇명의 자본가와 연대를 하는 연대 콜레겐차는 다각경영도 가능케하는 당시에는 첨단경영의 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당시의 대제국 오스만 투르크와 7번 싸워서 독립을 유지한 점과 세계사에서 유명한 레판토해전에서 신성동맹을 결성해 이긴 점은 과연 베네치아 답다. 1571년 10월7일 투르크제국의 212척의 함대와 신성동맹의 208척의 함대(그중 베네치아는 6척의 갈레아차와 110척의 갤리선)를 포함한 420척의 갤리선이 격돌한 레판토해전은 결국 신성동맹의 승리로 끝나고 신성동맹의 주역 베네치아는 다시 해상왕국의 자리를 이어간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베네치아를 무대로 하는 두 작품은 오셀로와 베니스의 상인이다. 베니스는 베네치아의 영어식표현이다. 1596년경의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 가운데 베니스의 상인은 특별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주인공 샤일록은 유대인을 언급하는 곳에서 너무나도 많이 인용되는 인물이고, 포샤는 현명한 여성의 전형으로 늘 인용되고 언급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돈을 빌려갔다 갚지 못하는 안토니오 가슴에서 심장에 가까운 살점 1파운드를 베어가도 좋으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포사의 명판결에 무척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범선을 이용해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을 항해해 세계적인 무역국으로 발전하지만 해양국가 베네치아는 노를 젓는 갤리선만으로 만족해 범선에는 도전하지 않아 지중해와 아드리아 해만의 해양국으로 만족한다. 이것을 보면 영원한 승리와 성공은 없음을 보여주지만 1000년의 독립국을 유지한 비결은 군주제보다는 국민참여제에 의한 민주주의와 경영, 즉, 합리적 국가였으며 무역을 생명으로 한 통상국가로 발전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산마르코 대성당이 건립된 이유인데 마가복음의 저자인 마가(마르꼬)의 유골을 사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베네치아로 이전해 성지순례로 이끌어 관광자원으로 만들었던 점은 경영의 압권이라 할 만큼 베네치아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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