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장르 가리지 않고 즐기는 관객이라면, 썰렁한 영국식 코미디도 쿨 하게 웃어 줄 준비가 돼있는 관객이라면 두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둘 만하다. 코미디 듀오,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
▲ 황당한 외계인: 폴 |
‘황당한 외계인: 폴’은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 콤비의 장르 비틀기 세 번째 영화다. 이번엔 SF, 그것도 외계인 등장 영화를 비튼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을 인간이 돕는다는 얼개는 딱 ‘ET’다.
외계인 폴은 생김새도 그렇지만 하는 짓도 ET와는 전혀 딴판이다. 오히려 ‘로스웰’의 외계인과 닮은 폴은 골초에 술고래이고, 입만 열면 튀어나오는 육두문자에 능글맞은 표정으로 음담패설도 서슴지 않는다. 외계인 난봉꾼과 엉뚱한 사고뭉치 지구인 두 사람이 만나 쉴 틈 없이 웃음보를 간지른다. 자기 별로 돌아가고 싶은 외계인과 동행하는 길엔 수많은 SF 영화, 미국의 대중문화와 종교를 꼬고 비트는 지독한 농담들이 질펀하게 깔린다.
‘ET’의 아이디어를 자신이 제공했다는 폴의 자화자찬에서 ‘레이더스’ ‘미지와의 조우’ ‘대결’에 이르는 스티븐 스필버그 작품의 패러디는 스필버그에게 바치는 경배다. ‘에이리언’ ‘프레데터’ ‘타이타닉’까지 대작들을 비트는 패러디가 더해져 이를 찾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국 코미디계의 파워, 애파토우 사단이 힘을 보탰다. 폴의 목소리는 ‘그린호넷’의 세스 로건, 연출도 ‘슈퍼배드’의 그렉 모톨라가 맡았다. ‘슈퍼배드’에서 루저들을 따뜻하게 껴안고 성장시켰던 모톨라 감독은 이번 천방지축 패러디 코미디도 성장담으로 다듬는다. 목소리 출연한 스필버그, ‘에어리언’의 팬들은 시고니 위버의 깜짝 출연에 감격해할지도 모르겠다.
보고 듣기 거북한 농담도 “웃자는 거잖아, 뭘”하고 쿨 하게 넘길 수 있다면 킬킬대며 흐뭇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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