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진]장학금 내주며 가슴 울리는 격려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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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진]장학금 내주며 가슴 울리는 격려사를

[시론]안영진 중도일보 前 주필

  • 승인 2011-04-06 16:11
  • 신문게재 2011-04-07 21면
  • 안영진 중도일보 前 주필안영진 중도일보 前 주필
이번 임시국회도 예외 없이 여야 대표연설로부터 시작했다. 늘 그랬듯이 이번 국회 역시 여야 대표는 각을 세우며 공방을 벌였다. 물가안정과 서민 보호 그리고 정치선진화를 이루겠다는 여당대표에 맞서 야당대표는 정부여당의 독주, 무능, 부도덕성을 지적, 지금이 총체적위기라고 사자후를 토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당간의 이속 챙기기라는 인상을 풍긴다. 국가안보에 구멍이 뚫려도 문책은 커녕 변명으로 일관해왔고 공항신설, 공약의 번복, 과학단지 분산기도(?) 심지어 자신이 연루되어 있는 선거관련법 완화를 들고 나오는 낯 뜨거운 행동까지 보였다.

'부의 편재'로 오늘날 빈곤층은 날로 늘어나는데 정부 고위층과 정치인 대다수의 재산은 늘어났다니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이에 정치란 무엇이며 존립가치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해답은 10인10색일 것이다. 그러니 한발 비켜서서 아시아에서 선진이라는 일본지도자(총리)들의 언행을 떠올려본다.

역대 총리 가운데 다나카(田中)와 나카소네(中曾根)는 아직도 명 총리 반열에 끼어있다. 다나카는 '일본열도 개조론'으로 유명했지만 그의 정치철학은 이러했다. “라쿠엔(유토피아) 그것 좋지! 하지만 그것은 환상이야! 정치란 현실이지. 유권자의 손에 무엇인가를 쥐어주어야 하는 거지! 영어단어 나부랭이나 씨부렁댄다고 정치가 잘 돌아가는 건 아니라구!”라고 했다.

나카소네는 “정치인은 일상 형무소 담장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넘는 존재”라고 정리했다. 전자는 현실정치의 신봉자이고 후자는 정치에서의 도덕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리 사회엔 해괴한 병폐가 만연되고 있다. 우리 국력도 커지다보니 매사에 일류, 특등, 특급, 호화판, 울트라 따위 구호를 입에 달고 다닌다는 사실이다.

허파에 잔뜩 바람이 들어가 소박한 것, 기초적인 것, 잔잔한 것, 전통(내것) 같은 걸 잊고 살아가는 모양새들이다. '정치란 생동하는 예술'이라 말한 이가 있는가하면 '그것은 미리 계산된 사기술'이라 비아냥댄 인물도 있었다.

어찌 생각하면 지금 우리는 '직접 민주주의시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식의 범람으로 이젠 누구나 목청을 높이며 자기주장을 하는 세상, 그래서 광장은 늘 시끄럽다. 서슬 퍼런 논리, 자양가 높은 수사(修辭), 선전선동 등에 있어 모두가 경지에 이르고 있다.

여기서 감동을 주지 못하는 건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박한 것, 잔잔하고 정적인 것, 가슴에 와 닿는 그런 말(주장) 같은 게 절실해지는 계절을 살아간다. 지난 번 계룡장학회 장학금 전달식장에서 행한 이인구 이사장의 격려사는 평범하면서도 가슴에 와 닿는 연설이었다는 평들이다.

연설(修辭)이 중후하다거나 철학적인 내용으로 포장된 것도 아니었다. 보통사람도 알아듣기 쉬운 그런 격려사였다. ―메달리스트(체육꿈나무) 여러분의 앞날은 양양하고 또 그 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러니 기능을 갈고 닦아 정상에 오르십시오. 그렇게 되면 명예와 부(富)라는 두 마리 토끼는 여러분들 몫이 될 것입니다. 주변에선 이 사람(이회장)에 대해 기업순위 전국 20위 안에 드는 토호, 중부권 선두주자, 잘사는 사람 운운합니다.

하지만 나의 연봉은 2억이 채 되질 않습니다. 스포츠 스타들은 어떻습니까? 연봉 60억의 축구·야구선수, 파이트머니 1000만 달러를 챙기는 복싱선수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움직이는 기업'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목표를 향해 전력투구하십시오. ― 라고.

이때 장내는 숙연해졌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가식없는 언어, 베푸는 입장이지만 평범한 자세, 따뜻한 격려사에 감동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평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에는 상반기 장학금(155명)을 수여한 바 있다. 1992년 설립한 이 장학재단에선 그간 1만491명에게 32억 8500여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한 바 있다. 그때 이 이사장은 평범한 격려사를 통해 이들을 축하했다. 계룡장학회는 이밖에도 일본 속의 백제문화 발굴, 광개토대왕비 복제사업(독립기념관설치) 중국 속의 고구려 문화탐방 독도 지키기 운동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이렇듯 계룡장학재단은 지역사회의 향도역할을 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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