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다시 '인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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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다시 '인간'을 생각한다

[NGO소리]최주환 대전시사회복지관협회장

  • 승인 2011-04-06 14:44
  • 신문게재 2011-04-07 20면
  • 최주환 대전시사회복지관협회장최주환 대전시사회복지관협회장
▲ 최주환 대전시사회복지관협회장
▲ 최주환 대전시사회복지관협회장
사회복지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근래에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신자유주의'라는 말인데, 이 말이 요즘에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원리와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의 논리가 냉정하게 섞여 있는 자유주의를 1970년대 중반 이후 정치경제적으로 부활시킨 말이다. 신자유주의의 핵심내용은,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고, 시장에서 교환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라는 것이다.

기업경영의 현장에서나 거론될 법한 이야기가 사회복지 현장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를 개발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을 줄이고, 민간의 역할을 장려한다. 사회복지시설을 수탁운영하는 비영리법인에게도 일정액의 재정부담을 당당하게 요구한다. 기업에는 많은 혜택들이 주어지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줄이고 있다. 사람에 대한 서비스체계를 상품의 유통체계처럼 만들고 있다.

개인의 삶에도 신자유주의의 영향은 크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그럴싸한 논리를 앞세워서 국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희석시켰다. 국가가 세운 기준에 맞는 사람에게만 선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우긴다. 그 기준에 맞지 않은 사람들은 사정이 딱하더라도 국가가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한다. 문제는 책임을 지고 싶어도 책임을 질 수 없는 환경에 놓인 국민에게도 이 논리를 강요한다는 점이다.

자유주의가 풍미하던 시기에 돈을 교환수단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비정상적으로 진전됨에 따라 자본의 우월적 지위 독점, 소득의 극단적인 양극화, 계층 간의 극한적인 갈등, 사회적 배제현상의 심화 등이 발생했다. 천박할 정도로 이익만을 찾아다니는 성숙하지 못한 시장경제가 빚어낸 결과다. 그래서 대안으로 국민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복지국가론이 등장했었는데, 오일쇼크 이후에 시장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다시 득세하고 있다.

세계화와 결합한 모습으로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예전의 논리보다 훨씬 냉혹하다. 국가 간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하고, 자본은 이익을 찾아 국경을 숨 가쁘게 넘나든다. 이익의 창출을 위해서라면 사람의 가치를 뒤로 미루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공동체는 없고 시장만 남았다. 시장의 논리가 모든 논리를 압도하고 있다. 심지어는 '정의'나 '인간'마저도 시장에 의해서 규정되는 지경까지 나가버렸다.

그러나 시장에 맡겨서 될 일이 있고,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시장에 맡길 것은 상품이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의 값어치도 시장에 맡겨야 공정하다는 주장은 돈이 내지르는 소리이지 양심의 소리는 아니다. 사람은 존재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존엄한 존재다. 사람이 존엄하다는 것은 그 사람이 가난하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바뀔 수 없는 천부적 명제다.

우리는 간혹 가난한 사람이 게을러서 가난해졌다고 생각한다. 자유주의에 기초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난해지기를 소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 중에 누가 2년 후에 노숙자가 되기를 원하겠는가. 누가 몇 년 후에 반드시 장애인이 되겠다고 다짐할 사람이 있겠는가. 가난한 사람과 우리는 서 있는 자리가 다를 뿐이다. 장애인과 우리는 경험한 것이 다를 뿐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직시해야 한다.

인간의 소중함을 내팽개쳐도 된다는 적자생존의 논리는 우리 세상을 금수(禽獸)가 득시글대는 밀림과 다를 것이 없게 한다. 우리 세계가 '인간의 얼굴'을 한 인간의 세계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가 어떻다는 등의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보다 먼저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경제적 효율성을 논의하기 전에 인간의 존엄성을 눈물겹도록 가슴에 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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